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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망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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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전형적인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경우이다.
1. 갑과 을은 부부로서 1975년 및 1985년에 각 사망하였다. 그들의 차남인 병은 아버지 갑의 생전에 그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증여·양도받았는데, 위 각 사망 후에 장남 정은 이 사건 토지 위에 그 분묘를 설치하는 것을 승낙 받아 이들을 설치하였다.
2. 그 후 이 사건 토지는 전전 양도되어 최종적으로 원고(의료법인 재단)가 2004년 7월에 그 소유자가 되었다.
3. 피고는 정의 장남으로 위 분묘들의 수호·관리권자이다.
사건의 경과1.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위 분묘들의 황금성슬롯 터가 되는 토지에 관하여 소장 부본 송달일로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다.
2. 원심(전주지법 2023. 7. 6. 판결 2022나6204 사건)은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다. 그 이유는, "병과 정이 하나의 제사공동체"라는 것 등을 들면서 "그 외부의 제3자에게 이 사건 토지가 양도된 때 이른바 양도형 분묘기지권이 성립하였다"고 판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단하고, 따라서 이 사건 지료청구는 전부 인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 대법원은 우선 원심과는 달리 이 사건 분묘기지권은 '승낙형 분묘기지권'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이 유형에서 지료 지급에 관한 약정이 없거나 지료가 무상이라고 약정된 경우에도 일정한 사정 아래에서는 토지소유자의 지료지급청구가 긍정된다고 전제적으로 판시하였다. 그리고 알라딘게임 이 사건의 여러 사정에 대하여 상세히 지적·음미한 다음, 원고의 지료 청구는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결론적으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결 취지"관습법으로 인정된 권리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그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인정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 및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2021년 전원합의체 판 뽀빠이릴게임 결 참조). 관습법상 인정되는 용익물권인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인정 여부를 확정함에 있어서도 그 권리의 특수성 및 그 권리가 인정된 사회적 배경과 사회구성원들의 인식, 토지소유자와 분묘의 수호·관리자 사이의 관계, 그들의 이익 상황 및 합리적 의사, 민법상 지료증감청구권(제268조)이나 차임증감청구권(제628조) 등의 규정 및 그 기초를 이루는 사정 릴게임하는법 변경의 원칙의 취지, 다른 분묘기지권 유형과의 균형 등을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성립 당시 토지소유자와 분묘의 수호·관리자 사이에 지료에 관한 약정이 없거나 무상 약정이 성립하였더라도, 분묘 설치 당시의 인적 관계의 변경, 분묘기지의 사용기간, 지가·공과금의 상승이나 토지 활용가치의 변화, 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나 신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료를 인정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타당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가 토지 사용의 대가를 청구할 수 있고, 분묘기지권자는 그때부터 객관적으로 상당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평석1. 나는 이 사건 대법원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이 처음으로 판시하는 바의 태도, 즉 이른바 승낙형 분묘기지권에서 처음에 그 토지 사용의 대가에 관하여 약정이 없거나 무상으로 약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일정한 사정이 발생하면 그때부터 상당한 지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찬성한다. 이는 분묘기지권 제도에서 그 대가 지급 여하의 어떠한 부분을 새로이 개척하여 천명하는 바이다. 이 글은 그러한 법리의 당부를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등으로 평석하는 것이 아니라, 법리의 변천을 뒷받침하는 방법론적 입각점을 음미하는 데 주안을 두기로 한다.
2. 주지하는 대로 민법 물권편의 맨 앞에 놓인 제185조는 물권의 종류를 법적으로 인정함에 있어서는 법률과 관습법이 병렬적 지위에 있음을 정하여서, 민법 맨 앞의 제1조가 관습법은 "법률이 없는" 경우에만, 그러니까 보충적으로만 효력을 가진다고 하는 일반적 원칙에 대하여 중대한 예외를 정한다. 원래 민법의 제정과정에서 민법안 물권편의 맨 앞에 있는 제176조는 의용민법 제175조와 같은 내용이었고, 관습법 또는 관습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심의과정에서 법사위의 수정안에 접한 대체로 법학교수들의 의견을 담은 「민법안의견서」에서 김증한은 "무슨 까닭으로 적절한 [뒤의 2.에서 인용하는 조선]민사령 [제12조]의 태도를 버리고, [민법안에 따른다면 거기서의 '법률'에는 관습법이 포함된다는] 무리한 해석을 불가피하게 할 것이 명백한 현행 민법 제175조의 선을 좇으려고 하는가" 등의 이유를 들어 현재의 제185조와 같은 규정을 제안하였다(67면. 꺾음괄호 안은 인용자가 추가한 것이다. 이하 같다). 이는 이른바 현석호 수정안에 반영되었고, 그것이 본회의에서 논의를 주도한 장경근 의원의 동의를 얻었던 것이다(이상 양창수 편, 민법안 제정자료 집성(2023), 325면 이하). 김증한은 공동소유에 관한 민법 규정에서만 빛을 냈던 것이 아니다.
3. 그런데 우리 법의 실제에서 공적으로, 다시 말하면, 판례에 의하여 관습법상의 물권으로 긍정된 것은 분묘기지권과 관습지상권(통상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의 둘뿐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해서는 우선 그러한 것들이 물권/채권의 구별,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권리라는 근대법적 형상을 알지 못하던 시기에 유래한다고 하면서 그것이 '관습법'의 이름을 빌린다고 하더라도 과연 인정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것은 오히려 식민지 조선의 일본 법률가들이 그 전에 본국에서 서둘러 계수하였던 외국법에서는 어디서도 쉽사리 발견·설명되지 않았던, 그러나 분명히 법적인 현상을 ―식민지 초기부터 그 끝까지 그대로 유지되었던 조선민사령 제12조("물권의 종류 및 효력에 대하여는 제1조의 법률[그 제1호가 일본민법이다]에 정하는 물권을 제외하고 관습에 의한다")에 기하여― 자신들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설명틀에 끼워 넣었던 것이 아닐까? 그러한 현상들은,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법적 효력이 그대로 부여될 수 있었던 예를 들면 계약의 틀로써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특히 당사자 이외의 제3자(예를 들면 부동산의 양수인)와의 관계에서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안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도저히 해결될 수 없고, 그리하여 그것은 결국 '물권'으로서 처리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주의를 끄는 것은 그 권리의 존재, 그리고 나아가서 그 내용은 결국 실제의 사건을 처리하는 법원의 재판에 의하여 선언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관습법상의 물권이라고 해도 결국은 판례법, 즉 법관이 '발견'한 또는 ―앞서 말한 '끼워넣는' 작업의 일정한 부분에서는 분명― '창조'해낸 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논의를 분묘기지권에 한정하기로 한다.
(1) 분묘기지권의 취득요건이 인정되는 사안 유형으로 대상판결도 밝히는 대로 승낙형·취득시효형·양도형의 셋을 드는 것은 이미 상당 기간 전부터의 일이다. 나아가 그 권리관계의 내용으로서 예를 들면 지료의 지급의무 여하에 대하여도 역시 대상판결이 말하는 대로 승낙형에서는 지료 약정의 유무에 좇고, 취득시효형에서는 무상이며, 양도형에서는 그 의무가 애초 긍정된다고 하였다. 우선 당시의 대표적인 민법 교과서로서 곽윤직, 물권법, 제7판(2002), 239면 및 241면을 보라(한편 어느 유형에서나 반대 약정이 없는 한 토지소유자의 청구가 있으면 지료가 지급되어야 한다는 소수설로 우선 이영준, 물권법, 전정신판(2009), 697면 참조).
그런데 위 교과서는 특별히 별도의 항목으로 분묘기지권 제도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즉 "분묘의 존재 여부는 그 형태의 특수성으로 쉽게 알 수 있다고 하나, 재래도 묘지는 이를 임야에 쓰는 것이 관례이고, 그러한 임야는 큰 단위로 거래되는 것이 보통이며, 거래당사자가 일일이 현지를 샅샅이 조사하는 일은 드물다. 따라서 분묘가 설치되어 있는 토지를 취득하게 되는 자가 뜻밖의 제한물권에 의한 제한을 받게 됨으로써 피해를 입을 염려가 있다. 이 점, 즉 분묘기지권은 공시방법 없이도 성립하고 대항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역시 문제라 할 것이며, 앞으로 보다 신중한 조치가 요망된다. 뿐만 아니라 임야의 개간, 산업의 발전에 따른 각종 단지의 조성, 국토의 종합개발의 촉진 등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분묘제도는 여러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 분묘기지권을 앞으로도 그대로 인정하고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여러 모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근자에 분묘기지권에 대하여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이 2건 있었다. 그러한 사실이 그 법형상이 더욱 숙고되어야 할 점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대판(전) 17.1.19, 13다17292(집 65권 민, 19면)은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2000년 1월에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전면 개정(시행은 1년 후)되기 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그대로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주목되는 것은, 5인의 대법관이 "현행 민법 시행 후 임야를 비롯한 토지의 소유권 개념 및 사유재산제도가 확립되고 토지의 경제적인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토지 소유자의 권리의식이 향상되고 그 보호의 필요성이 커졌으며, 또한 상대적으로 매장을 중심으로 한 장묘문화가 현저히 퇴색함에 따라,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무단으로 설치된 분묘까지 취득시효에 의한 분묘기지권을 관습으로 인정하였던 사회적·문화적 기초는 상실되었고 이러한 관습은 전체 법질서와도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반대의견을 밝혔다는 점이다.
또한 대판(전) 21.4.29, 17다228007(집 69권 민, 317면)은 위와 같이 하여 인정되는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서 이제 토지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한 때로부터 그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태도를 새로이 취하면서, 종전에 그 분묘기지권의 성립과 동시에 발생한다는 대판 92.6.26, 92다13936(LBOX) 및 지료지급의무가 아예 없다는 대판 95.2.28, 94다37912(공보 1462면)의 태도를 모두 폐기하였다.(이와 같이 대법원의 입장이 3년도 안 되는 사이에 명백하게 분열된다는 것은 쉽사리 상정되지 않기는 하지만, 다름아닌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대법원이 줄곧 취해 왔던 절대적 소멸설의 태도가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판례 변경의 절차도 없이 슬그머니 상대적 소멸설로 전환한 것으로 보이는 것에 비하면 오히려 약과일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의 대판 24.10.31, 24다232523(공보 1867면)은 "소멸시효에서 그 시효기간이 만료되면 소멸시효 중단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는 당연히 소멸하는 것이지만 그 시효의 이익을 받는 자가 소송에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하지 아니하면 그 의사에 반하여 재판할 수 없다(대법원 1991. 7. 26. 선고 91다5631 판결 참조)"라고 당당히 밝힌다.) 그러나 3인의 대법관이 분묘기지권의 성립 시부터 그 지급의무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반대로 2인의 대법관은 애초 지료지급의무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같이 분묘기지권의 인정 여부 및 그 내용에 대하여 이제 대법관들의 의견은 종전과는 달리 쉽사리 귀일되지 아니하고 종전의 법상태가 개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빈번히 표명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판례법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되는 관습법상 물권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하여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애초에는 지료 약정이 없었던 승낙형 분묘기지권에서 '공평의 원칙'을 내세워 '상당한 지료'를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긍정하는 대상판결이야말로 분묘기지권 제도의 태생적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겠다. 동시에 판례법의 진면목이기도 할 것이다.
양창수 전 대법관·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1. 갑과 을은 부부로서 1975년 및 1985년에 각 사망하였다. 그들의 차남인 병은 아버지 갑의 생전에 그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증여·양도받았는데, 위 각 사망 후에 장남 정은 이 사건 토지 위에 그 분묘를 설치하는 것을 승낙 받아 이들을 설치하였다.
2. 그 후 이 사건 토지는 전전 양도되어 최종적으로 원고(의료법인 재단)가 2004년 7월에 그 소유자가 되었다.
3. 피고는 정의 장남으로 위 분묘들의 수호·관리권자이다.
사건의 경과1.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위 분묘들의 황금성슬롯 터가 되는 토지에 관하여 소장 부본 송달일로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다.
2. 원심(전주지법 2023. 7. 6. 판결 2022나6204 사건)은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다. 그 이유는, "병과 정이 하나의 제사공동체"라는 것 등을 들면서 "그 외부의 제3자에게 이 사건 토지가 양도된 때 이른바 양도형 분묘기지권이 성립하였다"고 판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단하고, 따라서 이 사건 지료청구는 전부 인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 대법원은 우선 원심과는 달리 이 사건 분묘기지권은 '승낙형 분묘기지권'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이 유형에서 지료 지급에 관한 약정이 없거나 지료가 무상이라고 약정된 경우에도 일정한 사정 아래에서는 토지소유자의 지료지급청구가 긍정된다고 전제적으로 판시하였다. 그리고 알라딘게임 이 사건의 여러 사정에 대하여 상세히 지적·음미한 다음, 원고의 지료 청구는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결론적으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결 취지"관습법으로 인정된 권리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그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인정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 및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2021년 전원합의체 판 뽀빠이릴게임 결 참조). 관습법상 인정되는 용익물권인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인정 여부를 확정함에 있어서도 그 권리의 특수성 및 그 권리가 인정된 사회적 배경과 사회구성원들의 인식, 토지소유자와 분묘의 수호·관리자 사이의 관계, 그들의 이익 상황 및 합리적 의사, 민법상 지료증감청구권(제268조)이나 차임증감청구권(제628조) 등의 규정 및 그 기초를 이루는 사정 릴게임하는법 변경의 원칙의 취지, 다른 분묘기지권 유형과의 균형 등을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성립 당시 토지소유자와 분묘의 수호·관리자 사이에 지료에 관한 약정이 없거나 무상 약정이 성립하였더라도, 분묘 설치 당시의 인적 관계의 변경, 분묘기지의 사용기간, 지가·공과금의 상승이나 토지 활용가치의 변화, 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나 신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료를 인정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타당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가 토지 사용의 대가를 청구할 수 있고, 분묘기지권자는 그때부터 객관적으로 상당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평석1. 나는 이 사건 대법원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이 처음으로 판시하는 바의 태도, 즉 이른바 승낙형 분묘기지권에서 처음에 그 토지 사용의 대가에 관하여 약정이 없거나 무상으로 약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일정한 사정이 발생하면 그때부터 상당한 지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찬성한다. 이는 분묘기지권 제도에서 그 대가 지급 여하의 어떠한 부분을 새로이 개척하여 천명하는 바이다. 이 글은 그러한 법리의 당부를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등으로 평석하는 것이 아니라, 법리의 변천을 뒷받침하는 방법론적 입각점을 음미하는 데 주안을 두기로 한다.
2. 주지하는 대로 민법 물권편의 맨 앞에 놓인 제185조는 물권의 종류를 법적으로 인정함에 있어서는 법률과 관습법이 병렬적 지위에 있음을 정하여서, 민법 맨 앞의 제1조가 관습법은 "법률이 없는" 경우에만, 그러니까 보충적으로만 효력을 가진다고 하는 일반적 원칙에 대하여 중대한 예외를 정한다. 원래 민법의 제정과정에서 민법안 물권편의 맨 앞에 있는 제176조는 의용민법 제175조와 같은 내용이었고, 관습법 또는 관습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심의과정에서 법사위의 수정안에 접한 대체로 법학교수들의 의견을 담은 「민법안의견서」에서 김증한은 "무슨 까닭으로 적절한 [뒤의 2.에서 인용하는 조선]민사령 [제12조]의 태도를 버리고, [민법안에 따른다면 거기서의 '법률'에는 관습법이 포함된다는] 무리한 해석을 불가피하게 할 것이 명백한 현행 민법 제175조의 선을 좇으려고 하는가" 등의 이유를 들어 현재의 제185조와 같은 규정을 제안하였다(67면. 꺾음괄호 안은 인용자가 추가한 것이다. 이하 같다). 이는 이른바 현석호 수정안에 반영되었고, 그것이 본회의에서 논의를 주도한 장경근 의원의 동의를 얻었던 것이다(이상 양창수 편, 민법안 제정자료 집성(2023), 325면 이하). 김증한은 공동소유에 관한 민법 규정에서만 빛을 냈던 것이 아니다.
3. 그런데 우리 법의 실제에서 공적으로, 다시 말하면, 판례에 의하여 관습법상의 물권으로 긍정된 것은 분묘기지권과 관습지상권(통상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의 둘뿐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해서는 우선 그러한 것들이 물권/채권의 구별,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권리라는 근대법적 형상을 알지 못하던 시기에 유래한다고 하면서 그것이 '관습법'의 이름을 빌린다고 하더라도 과연 인정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것은 오히려 식민지 조선의 일본 법률가들이 그 전에 본국에서 서둘러 계수하였던 외국법에서는 어디서도 쉽사리 발견·설명되지 않았던, 그러나 분명히 법적인 현상을 ―식민지 초기부터 그 끝까지 그대로 유지되었던 조선민사령 제12조("물권의 종류 및 효력에 대하여는 제1조의 법률[그 제1호가 일본민법이다]에 정하는 물권을 제외하고 관습에 의한다")에 기하여― 자신들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설명틀에 끼워 넣었던 것이 아닐까? 그러한 현상들은,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법적 효력이 그대로 부여될 수 있었던 예를 들면 계약의 틀로써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특히 당사자 이외의 제3자(예를 들면 부동산의 양수인)와의 관계에서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안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도저히 해결될 수 없고, 그리하여 그것은 결국 '물권'으로서 처리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주의를 끄는 것은 그 권리의 존재, 그리고 나아가서 그 내용은 결국 실제의 사건을 처리하는 법원의 재판에 의하여 선언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관습법상의 물권이라고 해도 결국은 판례법, 즉 법관이 '발견'한 또는 ―앞서 말한 '끼워넣는' 작업의 일정한 부분에서는 분명― '창조'해낸 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논의를 분묘기지권에 한정하기로 한다.
(1) 분묘기지권의 취득요건이 인정되는 사안 유형으로 대상판결도 밝히는 대로 승낙형·취득시효형·양도형의 셋을 드는 것은 이미 상당 기간 전부터의 일이다. 나아가 그 권리관계의 내용으로서 예를 들면 지료의 지급의무 여하에 대하여도 역시 대상판결이 말하는 대로 승낙형에서는 지료 약정의 유무에 좇고, 취득시효형에서는 무상이며, 양도형에서는 그 의무가 애초 긍정된다고 하였다. 우선 당시의 대표적인 민법 교과서로서 곽윤직, 물권법, 제7판(2002), 239면 및 241면을 보라(한편 어느 유형에서나 반대 약정이 없는 한 토지소유자의 청구가 있으면 지료가 지급되어야 한다는 소수설로 우선 이영준, 물권법, 전정신판(2009), 697면 참조).
그런데 위 교과서는 특별히 별도의 항목으로 분묘기지권 제도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즉 "분묘의 존재 여부는 그 형태의 특수성으로 쉽게 알 수 있다고 하나, 재래도 묘지는 이를 임야에 쓰는 것이 관례이고, 그러한 임야는 큰 단위로 거래되는 것이 보통이며, 거래당사자가 일일이 현지를 샅샅이 조사하는 일은 드물다. 따라서 분묘가 설치되어 있는 토지를 취득하게 되는 자가 뜻밖의 제한물권에 의한 제한을 받게 됨으로써 피해를 입을 염려가 있다. 이 점, 즉 분묘기지권은 공시방법 없이도 성립하고 대항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역시 문제라 할 것이며, 앞으로 보다 신중한 조치가 요망된다. 뿐만 아니라 임야의 개간, 산업의 발전에 따른 각종 단지의 조성, 국토의 종합개발의 촉진 등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분묘제도는 여러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 분묘기지권을 앞으로도 그대로 인정하고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여러 모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근자에 분묘기지권에 대하여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이 2건 있었다. 그러한 사실이 그 법형상이 더욱 숙고되어야 할 점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대판(전) 17.1.19, 13다17292(집 65권 민, 19면)은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2000년 1월에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전면 개정(시행은 1년 후)되기 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그대로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주목되는 것은, 5인의 대법관이 "현행 민법 시행 후 임야를 비롯한 토지의 소유권 개념 및 사유재산제도가 확립되고 토지의 경제적인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토지 소유자의 권리의식이 향상되고 그 보호의 필요성이 커졌으며, 또한 상대적으로 매장을 중심으로 한 장묘문화가 현저히 퇴색함에 따라,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무단으로 설치된 분묘까지 취득시효에 의한 분묘기지권을 관습으로 인정하였던 사회적·문화적 기초는 상실되었고 이러한 관습은 전체 법질서와도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반대의견을 밝혔다는 점이다.
또한 대판(전) 21.4.29, 17다228007(집 69권 민, 317면)은 위와 같이 하여 인정되는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서 이제 토지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한 때로부터 그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태도를 새로이 취하면서, 종전에 그 분묘기지권의 성립과 동시에 발생한다는 대판 92.6.26, 92다13936(LBOX) 및 지료지급의무가 아예 없다는 대판 95.2.28, 94다37912(공보 1462면)의 태도를 모두 폐기하였다.(이와 같이 대법원의 입장이 3년도 안 되는 사이에 명백하게 분열된다는 것은 쉽사리 상정되지 않기는 하지만, 다름아닌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대법원이 줄곧 취해 왔던 절대적 소멸설의 태도가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판례 변경의 절차도 없이 슬그머니 상대적 소멸설로 전환한 것으로 보이는 것에 비하면 오히려 약과일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의 대판 24.10.31, 24다232523(공보 1867면)은 "소멸시효에서 그 시효기간이 만료되면 소멸시효 중단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는 당연히 소멸하는 것이지만 그 시효의 이익을 받는 자가 소송에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하지 아니하면 그 의사에 반하여 재판할 수 없다(대법원 1991. 7. 26. 선고 91다5631 판결 참조)"라고 당당히 밝힌다.) 그러나 3인의 대법관이 분묘기지권의 성립 시부터 그 지급의무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반대로 2인의 대법관은 애초 지료지급의무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같이 분묘기지권의 인정 여부 및 그 내용에 대하여 이제 대법관들의 의견은 종전과는 달리 쉽사리 귀일되지 아니하고 종전의 법상태가 개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빈번히 표명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판례법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되는 관습법상 물권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하여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애초에는 지료 약정이 없었던 승낙형 분묘기지권에서 '공평의 원칙'을 내세워 '상당한 지료'를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긍정하는 대상판결이야말로 분묘기지권 제도의 태생적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겠다. 동시에 판례법의 진면목이기도 할 것이다.
양창수 전 대법관·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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