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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망유린
조회 93회 작성일 26-04-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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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부터 3월 9일까지 제주를 여행했다. <기자말>
[전갑남 기자]
▲ 노출콘크리트의 차가운 질감 너머로 슬픈 역사를 품고 있는 제주 북촌리 너븐숭이 4·3기념관의 전경. 입구의 붉은 동백꽃이 유난히 시리게 다가온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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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아름다운 풍광 이면에 층층이 쌓인 아픔을 간직한 땅이다. 이번 제주 여정의 발길은 화려한 해안도로를 잠시 벗어나, 제주의 속살에 새겨진 굴곡진 역사를 되짚어 보는 길로 향했다. 그 시작은 제주 시내의 관덕정이었다.
고풍스러운 정자 앞 광장은 평화로워 보였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으나, 이곳은 제주도 전역에 큰 상처를 남긴 4.3의 도화선이 된 역사의 현장이다. 1947년 3.1절 기념 행사에서의 발포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제주 전역에 불어 닥친 광풍을 생각하니, 정자의 처마 끝조차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이 깊은 상흔의 줄기를 따라 발길을 옮겨 아내와 나는 조천읍 북촌리 너븐숭이 4.3 기념관으로 향했다.
기념관 릴짱릴게임 건물 앞에 당도하자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붉게 타오르는 동백꽃이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견디며 송이째 툭 떨어져 내린 붉은 꽃잎들을 보니, 그것이 단순한 계절의 풍경이 아니라 억울하게 쓰러져간 4.3의 넋들이 피어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너븐숭이'는 '넓은 땅' 혹은 '너른 터'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 바다이야기무료 라 한다. 척박한 돌밭 사이에서 마을 사람들이 정겹게 부르던 이 평화로운 이름의 너른 터가, 훗날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슬픔의 땅이 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숫자가 아닌 삶의 비극
엄숙하고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기념관 안으로 들어섰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에서는 제주 4. 바다이야기오리지널 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문장 속에 담긴 눈물을 확인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영상실이었다.
▲ 어둠 속에서 그날의 진실을 증언하는 영상실 입구. 휠체어가 놓인 복도가 정적에 잠겨 있다.
ⓒ 전갑남
1949년 1월 17일, 평화롭던 북촌리에 어둠의 그림자가 덮쳤다. 마을 인근 고개에서 무장대의 기습으로 군인 2명이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군인들이 마을에 들이닥친 것이다. 군 당국은 마을을 포위하고 주민들을 북촌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날 단 하루 만에, 아무 죄 없는 400여 명의 주민이 너븐숭이 밭과 인근 벌판에서 무참히 학살 당했다.
이 참혹한 진실 앞에 나는 숙연함을 넘어 깊은 슬픔을 느꼈다. 마주한 전시실 벽면에는 수백 명의 희생자 명단이 끝없이 적혀 있었다. 나이가 채 몇 살 되지 않은 어린아이들 이름이 수두룩한 것을 보며 대체 이 참혹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정말 말문이 막혔다. 여린 생명들은 무슨 죄가 있어 모진 불길에 쓰러져야 했을까. 이성을 가진 문명 사회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반인륜적인 비극이었다.
▲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비극. 숨진 어머니의 가슴에 매달려 젖을 파는 아기를 묘사한 그림 앞에서 발길은 얼어붙는다.
ⓒ 전갑남
숨진 어머니의 가슴에 매달려 젖을 물고 있는 아기를 묘사한 그림 앞에 서자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함께 그림을 바라보던 아내는 젖어든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너무 슬퍼요. 인간 세상에 어떻게 이런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니..."
나는 차마 고개를 마주하지 못한 채, 탄식을 삼키며 낮게 대답했다.
"그러게나 말이야. 외면하고 싶어도 이 그림이 바로 그날의 참혹했던 현장이자,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아픈 역사라네."
그것은 박제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보듬어야 할 살아있는 아픔이었다.
어느 할머니의 기록
▲ 잊고 싶지만 기억해야 하기에..." 아홉 살 아이의 눈에 박힌 1949년 1월 17일의 공포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고완순 어르신의 그림들. 비뚤비뚤한 선 하나하나에 서린 그날의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 전갑남
전시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액자들은 북촌리 사건의 기록들이었다. 특히, 생존자이신 고완순 어르신이 당시 아홉 살 아이의 눈으로 목격한 현장을 그려낸 기록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삐뚤빼뚤한 선과 투박한 색채로 그려진 그림들 곁에는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절절한 고백이 적혀 있었다.
"난 정말 4.3을 더 증언하지 싶지 않아. 잊고 싶은데 계속 떠올려야 하잖아. 뭐 어쩌겠어,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 안 남았는데..., 아직도 일기를 쓰거든.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에 나의 기록들을 남길까 생각 중이야. 누군가 내 기록을 보고 4.3을 기억하겠지."
잊고 싶은 고통을 억지로 끄집어내어 기록으로 남긴 어르신의 인고가 느껴져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30년 침묵을 깬 용기 있는 증언.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 삼촌』 구절과 빛바랜 녹음기가 그날의 비명을 전하는 듯하다.
ⓒ 전갑남
또한, 전시실 벽면에 적힌 소설 <순이 삼촌>의 한 구절은 당시 북촌 사람들이 견뎌야 했던 억겁의 시간을 대변하고 있었다.
"아, 한날 한시에 이 집 저 집에서 터져 나오던 곡성 소리, 음력 섣달 열 여드렛날... 5백 위도 넘는 귀신들이 밥 먹으러 강신하는... 그 옴팡밭에 붙박힌 인고의 삼십 년, 삼십 년이라면 그럭저럭 잊고 지낼 만한 세월이건만 순이 삼촌은 그러지를 못했다."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 삼촌>은 30년 넘게 침묵을 강요 당했던 제주의 비극을 세상 밖으로 끌어올린 용기 있는 증언이다. 전시실에서 마주한 소설책과 낡은 녹음기 앞에서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녹음기 안에는 그날의 참상을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하던 생존자들의 육성이 담겨 있었으리라. 기계의 잡음 사이로 흘러나왔을 그 비명 같은 증언들은 소설 속 문장들이 결코 허구가 아닌, 누군가가 온몸으로 겪어낸 생지옥이었음을 깨닫게 했다.
▲ 이름조차 가지지 못한 채 차가운 땅속에 잠든 애기무덤들. 거친 돌무더기가 봉분을 대신하고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 전갑남
평화를 향한 간절한 기도
밖으로 나왔다. 제대로 된 봉분도 없이 거친 돌무더기 아래 잠든 애기무덤들이 눈에 띄었다. 한창 재롱을 피우며 부모의 사랑 속에서 자라나야 할 어린 생명들이 차가운 땅속에 묻혀 있다는 사실에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 왔다. 이름조차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을 그 여린 넋들을 생각하니, 한 줌 흙이라도 더 따스하게 덮어주고 싶은 애달픔이 다가왔다.
▲ 학살 현장에 쓰러진 이들처럼 누워 있는 『순이 삼촌』 문학비들. 그 앞에 놓인 검정 고무신과 하얀 고무신 한 켤레가 주인을 기다리는 듯 정갈하여 더 애달프다.
ⓒ 전갑남
그 곁으로는 마치 학살 현장에서 쓰러진 사람들처럼 어지럽게 누워 있는 소설 <순이 삼촌> 문학비들이 당시의 고통을 웅변 하고 있었다. 문학비 앞에 나란히 놓인 검정 고무신과 하얀 고무신 한 켤레가 발길을 붙잡았다.
누가 가져다 놓았을까. 주인 잃은 고무신은 마치 금방이라도 누군가 신고 일어날 듯 정갈했으나, 그 속에 담긴 사연은 너무나 무거워 차마 눈을 마주하기 힘들었다. 꽃 피우지 못한 어린 넋들과 평생을 인고하며 살다 간 '순이 삼촌'들의 슬픔이 그 작은 고무신 안에 고여 있는 듯하여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북촌리 희생자들의 영혼을 기리는 위령비.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과 우리의 묵념이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기도했다.
ⓒ 전갑남
발길을 돌려 떠나려는데, 아내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우리 묵념이라도 하고 갑시다.""그래. 저 주인 잃은 고무신들이 자꾸 머리에 맴도네."
우리는 함께 위령비 앞에 섰다. 우리가 올린 짧은 묵념과 학생들이 남긴 따뜻한 마음들이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그리고 이 땅에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우리가 이 비극을 잊지 않고 기억할 때 비로소 진정한 평화와 마주할 수 있다. 너븐숭이를 나서는 길, 붉은 동백이 지고 나면 다시 새봄이 찾아오듯, 제주의 깊은 상처 위에도 치유와 화해의 꽃이 다가오는 이번 4.3에도 만개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우리가 당신들을 기억합니다." 각기 다른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토우의 물결. 비극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슬퍼하며 기억하겠다는 산 자들의 약속이 토우의 소박한 몸짓에 투사되어 있다.
ⓒ 전갑남
[제주 북촌리 너븐숭이 4·3기념관]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북촌15길 6관람시간 : 09:00 ~ 18:00 (입장 마감 17:00)휴관일 : 매주 월요일, 신정(1월 1일), 설·추석 당일입장료 : 무료문의 : 064-783-4303참고사항 : 기념관 야외에 현기영 <순이삼촌> 문학비, 아픈 역사를 품은 애기무덤이 도보 거리에 있다.
[전갑남 기자]
▲ 노출콘크리트의 차가운 질감 너머로 슬픈 역사를 품고 있는 제주 북촌리 너븐숭이 4·3기념관의 전경. 입구의 붉은 동백꽃이 유난히 시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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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아름다운 풍광 이면에 층층이 쌓인 아픔을 간직한 땅이다. 이번 제주 여정의 발길은 화려한 해안도로를 잠시 벗어나, 제주의 속살에 새겨진 굴곡진 역사를 되짚어 보는 길로 향했다. 그 시작은 제주 시내의 관덕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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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전시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액자들은 북촌리 사건의 기록들이었다. 특히, 생존자이신 고완순 어르신이 당시 아홉 살 아이의 눈으로 목격한 현장을 그려낸 기록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삐뚤빼뚤한 선과 투박한 색채로 그려진 그림들 곁에는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절절한 고백이 적혀 있었다.
"난 정말 4.3을 더 증언하지 싶지 않아. 잊고 싶은데 계속 떠올려야 하잖아. 뭐 어쩌겠어,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 안 남았는데..., 아직도 일기를 쓰거든.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에 나의 기록들을 남길까 생각 중이야. 누군가 내 기록을 보고 4.3을 기억하겠지."
잊고 싶은 고통을 억지로 끄집어내어 기록으로 남긴 어르신의 인고가 느껴져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30년 침묵을 깬 용기 있는 증언.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 삼촌』 구절과 빛바랜 녹음기가 그날의 비명을 전하는 듯하다.
ⓒ 전갑남
또한, 전시실 벽면에 적힌 소설 <순이 삼촌>의 한 구절은 당시 북촌 사람들이 견뎌야 했던 억겁의 시간을 대변하고 있었다.
"아, 한날 한시에 이 집 저 집에서 터져 나오던 곡성 소리, 음력 섣달 열 여드렛날... 5백 위도 넘는 귀신들이 밥 먹으러 강신하는... 그 옴팡밭에 붙박힌 인고의 삼십 년, 삼십 년이라면 그럭저럭 잊고 지낼 만한 세월이건만 순이 삼촌은 그러지를 못했다."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 삼촌>은 30년 넘게 침묵을 강요 당했던 제주의 비극을 세상 밖으로 끌어올린 용기 있는 증언이다. 전시실에서 마주한 소설책과 낡은 녹음기 앞에서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녹음기 안에는 그날의 참상을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하던 생존자들의 육성이 담겨 있었으리라. 기계의 잡음 사이로 흘러나왔을 그 비명 같은 증언들은 소설 속 문장들이 결코 허구가 아닌, 누군가가 온몸으로 겪어낸 생지옥이었음을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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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그 곁으로는 마치 학살 현장에서 쓰러진 사람들처럼 어지럽게 누워 있는 소설 <순이 삼촌> 문학비들이 당시의 고통을 웅변 하고 있었다. 문학비 앞에 나란히 놓인 검정 고무신과 하얀 고무신 한 켤레가 발길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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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북촌15길 6관람시간 : 09:00 ~ 18:00 (입장 마감 17:00)휴관일 : 매주 월요일, 신정(1월 1일), 설·추석 당일입장료 : 무료문의 : 064-783-4303참고사항 : 기념관 야외에 현기영 <순이삼촌> 문학비, 아픈 역사를 품은 애기무덤이 도보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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