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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망유린
조회 37회 작성일 26-01-2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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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는 지금 개발과 보존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신공항 건설 논의 속에서 섬의 역사와 생태, 그곳에 깃든 사람들의 삶이 지워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 연재는 시인, 소설가, 평론가, 연구자가 함께 가덕도를 다녀온 후 기획되었습니다. 매회 필진이 릴레이 형식으로 원고를 이어받아, 섬의 다양한 풍경과 장소성을 문학적 언어로 기록합니다. 이 연재가 성장 중심의 논리에 가려진 가치들을 되묻는 연대의 목소리가 되길 바랍니다. <기자말>
[조민서]
나는 사회학을 전공하며 가덕도 신공항에 반대하는 집합적 행동과 말하기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를 시작하고 나서야 가덕도를 제대로 방문 바다이야기2 하게 되었다. 이전까지 부산의 본가에서 조부모님들이 계시는 거제와 통영으로 향하는 길에 거제와 가덕을 잇는 거가대교를 수차례 건넜다. 2024년 겨울, 다리의 명칭에 첫 글자로만 들어갔던 섬을 처음 걸었던 날은 잊을 수 없다.
목적지로 향하는 경로일 뿐이었던 가덕도라는 장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충만한 경험이었다. 2025년 여 골드몽 름, <한국작가회의> 기후생태위원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다녀왔던 답사도 마찬가지였다. 답사기를 연재하는 기획이 있다길래 원고를 쓰겠다고 수락했지만, 제안서를 받고 다른 필자들의 연재글들을 읽으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답사기가 가덕도의 풍경을 문학의 언어로 기록하는 형식이 될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기획자에게 양해를 구하며 이번 글에서는 그날 답사의 기억을 바다이야기 품되, 가덕도의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라 가덕도의 바깥으로 걸어 나가보려 한다. 가덕도에 공항을 지으려는 열망이 연원하는 곳, 가덕도를 행정구역의 일부로 포함하며 신공항을 짓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도시, 부산이다.
가덕도라는 구체적인 장소의 풍경들에서 잠시 눈을 돌려, 이 섬을 추상적인 공간으로 재현하는 지도를 보 게임릴사이트 자. 가덕도는 지리적으로는 부산의 끝이다. 이런 위치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찬반의 목소리 모두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한국릴게임 ▲ 지도상에 표시된 가덕도
ⓒ 카카오맵
개발의 한계
가덕도는 육지의 끝에 위치하며 바다에 접하고 있다. 1871년 흥선대원군의 척화비와 1904년 일제의 외양포진지에 이르기까지 지정학적 긴장의 일선이었고, 개발이 제한되었으며, 생태가 보전된 곳으로 남을 수 있었다.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아 남아있는 것들이 많은 이 장소는, 이 섬을 섬 바깥의 사람들에게 재현하고자 했던 부산 예술가들이 진행했던 작업의 이름처럼, 그야말로 "가득한 가덕"이다. 본 연재의 다른 기고문들이 잇따라 증언하고 있듯이 가덕도의 풍경은 방문자들에게 찬탄을 선사한다. 섬을 방문하는 이들은 섬을 들를 때마다 이곳을 지켜야 한다는 필연성을 감각하고 되새긴다. 그 중 (본인을 포함한) 적지 않은 이들이 '아직' 와보지 않은 이들에게 이 풍경을 보여주고, 함께 보고 싶어 한다.
이들이 함께 보고 싶어하는 가덕도의 풍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존재들 중에는 새들도 있다. 신공항 청사진에 수록된 이미지에는 푸르른 공백(蒼空)을 배경으로 날아다닐 미래의 항공기들이 그려져 있으나, 이미 현재 하늘을 영토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새들, 하늘 아래 섬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존재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부산시청 1층에 사무실이 자리한 가덕도신공항추진위원단의 "육지보상팀"과 "주민보상팀"이 보상의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는 비인간 존재들을, 이들은 가시화하고자 대표하고자 한다.
2025년 7월 26일, 이런 목소리를 모아 신공항 반대를 외치기 위해 부산역 광장 앞에 전국에서 모여든 200여 명이 외친 구호에 따르면 "가덕도는 공항이 아니라 생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 공동의 집"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기를 염원하는 이들에게, 가덕도는 지켜야 할 생명의 터전이다. 여기서 가덕도는 비단 하나의 장소를 넘어, 전지구적 규모에서 생태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절하하고 파괴해 왔던 개발주의가 멈춰야 하는 한계선의 상징이다.
발전의 최전선
다른 이들에게 부산의 도심에서 멀리 끝에 위치하는 가덕도는 지가가 낮아 개발에 적합한 '미개척지'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가덕도가 공항의 후보지였던 것은 아니었다. 2002년 4월 15일 김해국제공항 인근 돗대산 기슭에 중국국제항공 소속 비행기가 추락하여 122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4년 12월 29일 이전까지 한국 최악의 항공사고였다. 무안의 비극은 안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며 전국적인 신공항 건설 반대 운동을 힘을 싣고 있지만, 20여 년 전 김해의 비극은 김해공항 주변의 이들에게 안전한 비행을 이유로 새로운 공항을 꿈꾸는 계기가 되었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면서 가덕도는 밀양 하남읍과 함께 후보지 중 하나가 되었다. 이후 15년 동안 "영남권 신공항", "부산권 신공항", "동남권 신공항" 등으로 변화했던 이 미래의 공항은 2021년 2월 26일 국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가덕도와 보다 가까워진다. 생명을 이야기하는 이들에게는 운동의 시작이었으나, 공항 유치 운동을 전개해 오던 부산의 시민들과 단체들에게는 운동의 끝을 알리는 날이었다.
15년의 세월 동안 신공항의 구상에는 여러 가지 열망이 투사되었다. 처음에는 김해공항의 안전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출발했으나, 신공항은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가 회자되는,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의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기획의 일부가 되었다. 부산이라는 도시의 특수한 이해관계는 수도권 일극주의를 지양하기 위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담론과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2019년 12월 7일 부산역 앞 광장에서 지역 정치인들과 상공인들의 지원을 받아 ("가덕도 신공항"이 아닌) "동남권 관문공항 대정부 조속결단촉구 부울경 800만 시도민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명칭에서 드러나듯, "가덕도"라는 구체적인 공간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신공항"의 필요성이 강조된 행사였다. 초반부에는 2002년 김해의 사고와 안전한 공항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영상이 상영되었다. 후반부에는 "부울경 미래세대 일동"으로서 연단에 선 청년들의 낭독이 이어졌다.
"부산과 울산, 경남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상당 수는 정든 이곳을 떠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열정을 바쳐 일 할 자리가 너무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 부산과 울산, 경남은 한때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경제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옛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동남권의 제대로 된 세계적 관문공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발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 동남권의 제대로 된 국제 관문공항 하나 조속히 건설해 주십시오."
전국 지도를 행정구역으로 분할한 뒤 각종 인구 지표에 따라 지역을 등급화하여 색칠하는 기사들, "지방 소멸"이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시대에, 누군가는 '부산 정도 되는' 광역시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을 기이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나는 여기서 '부산 정도 되는' 도시의 특수한 이야기가 아니라, 부산'마저도'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수도권 중심주의의 위력을 실감한다.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등지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는 호소의 근거는 해가 갈수록 늘어만 가는 동남권의 청년 인구 유출에 대한 통계로 실증된다.
수도권에 구축된 규모의 경제가 발휘하는 구심력에 대항하여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동남권의 경제권을 조성하자는 발상이 힘을 얻는 이유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부산 서쪽 끝의 가덕도는 동남권 산업정책의 맥락에서는 권역의 가운데로 재발견된다. 여기서 가덕도는 이미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되는 김해공항을 대체할 새로운 관문 공항의 의미를 넘어, 부산항과 연계된 물류 허브의 입지로 각광받는다. 신공항을 반대하는 이들이 졸속 추진의 근거로 드는 2030 엑스포나 재보궐 선거 얘기가 나오기 이전부터, 가덕도는 물류, 산업, 일자리, 궁극적으로는 지역 경제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가덕도는 지역의 경제, 국가균형발전의 최전선으로 자리매김된다.
경제와 생태의 관계를 재구성하기
▲ 부산 103번 버스에서 필자 촬영
ⓒ 조민주
생태를 지키기 위한 개발의 한계선, 경제를 키우기 위한 발전의 최전선. 2019년 12월과 2025년 7월 부산역 앞에 열렸던 광장의 크기만큼이나, 현실에서 이 두 가지 목소리 간 크기의 낙차는 아찔하다. 그럼에도 양자를 언어적인 형식으로나마 병렬하고자 한 것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건설을 추동하는 열망의 논리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먼저,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자연에 감응하는 이들' 대 '토건 마피아'의 대립으로 환원하기 어렵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부산시는 얼마 전 부산-양산에 걸쳐있는 금정산이 24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을 축하하는 광고를 집행했다. 생태적 가치를 알리는 문구 바로 아래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문구가 자리한다. 생태 보전마저도 GDP로 수치화되는 '경제'에 대한 고려에 종속되는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다. 부산시는 가덕의 역사와 자연의 충만함을 잠재적 방문객들에게 안내하지만, 동시에 더욱 많은 노력을 들여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세계에 살아가는 이상,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하는 목소리들을 모두 생태에 대한 고려가 부재한다고 평면화할 수는 없다. 수십 년 동안 부산에 살며 금정산으로 등산을 가지만 동시에 "도떼기시장" 같은 김해공항의 번잡함을 몸으로 겪는 어느 부산 시민은 이렇게 말한다. "부산 사람들은 자연을 싫어해서 공항을 지을라고 하는 줄 아나?"
한편, 신공항 찬성론자들이 제시하는 구도처럼, 수도권 대 부산의 대립으로만 바라볼 수도 없다. 부산에도 가덕도를 지키자는 이들, 가덕도를 잘 몰라도 신공항 자체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지역을 떠나지 않고, 혹은 자식들을 떠나보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도시 부산을 원하면서도 가덕도 신공항을 통해 이 대안인지 모르겠다는 이들도 있다. 답사 와중에 만났던 부산광역시 낙동강하구에코센터의 한 해설사님이 그런 경우였다. 일자리가 부족해 부산을 떠나야 할지를 고민하는 자녀들의 미래는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기획이 동반하는 "글로벌 허브도시", "도시경쟁력", "지역 경제 활성화"에 담긴 미래상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한편으로, 공항을 하나 짓는다고 정말 이런 미래가 다가올까?
여기서 충돌하는 것은 '경제'와 '생태'이다. 정확히는 지역의 경제와 생태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열망이다. 두 가지 열망은 왜 대립해야 하는가? 경제(economy)와 생태(ecology)를 뜻하는 영단어는 모두 '집'을 뜻하는 그리스어 오이코스(oikos)를 어원으로 갖는다. 먹고 사는 문제를 집합적으로 해결하는 '경제'를 조직하는 가능한 여러 방식 중,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적 경제는 '생태'와 대립한다. 자본주의하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경제라는 규범(nomos)과 이를 가능케 하는 생태라는 조건에 대한 인식(logos)은 분열되어있다.
이는 곧 인간과 비인간 생명의 분열이기도 하다. 경제의 성장을 위해 생태적 한계를 간과해온 결과가 작금의 생태위기이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가덕도 신공항을 추동하는, 지역의 경제를 살리고 싶다는 열망은 반드시 가덕도의 생태를 파괴하는 식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는가? 수도권 중심주의에 대한 대안이 지역균형발전이라면, "지역"과 "발전"을 정의함에 있어 생태는 어떻게 누락되는가? 가덕도를 "가득" 채우고 있는 존재들은 왜 과소대표되는가? 우리가 머물러 살고 싶은 부산이라는 집은 어떤 곳인가? 그 집에는 새로운 공항이 정말 필요한가?
이 질문들은 가덕도라는 장소를, 공항 건설이라는 프로젝트를 넘어선다. 행정구역상 가덕도를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부산의 정책결정자들과 시민들만이 가덕도의 운명에 대해 말하는 것이 부당하다면, "우리 공동의 집"의 일부인 가덕도와 연결되고자 하는 이들 역시 이 질문들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동하는 열망이 다른 방식으로 흐르고 표출되도록 할 때야 비로소 그런 구상의 현실화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덕도 신공항을 대안으로 삼고자 하는 문제들에 대한 다른 해결책을 제안하고, 필요하다면 문제 자체를 재구성하는 말하기를 통해서 말이다.
가령 지역의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지역주의에 근거하여 국고를 전용하는 "토건 포퓰리즘"이라는 비난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인프라라는 반박이 오고가는 현재의 공론장에서, 생태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발전, 성장, 도시의 의미에 대해 논의해 볼 수는 없을까? 부산을 비자발적 '마이너스 성장'으로 바라보게끔 하는 어떤 규범, 인구와 인프라, 물질적 처리량, GDP의 증가를 '발전'과 동일시하는 대전제를 재구성할 수는 없을까? 자발적으로 생태와 경제가 분열하지 않고 화해하는 풍요의 모델을 발명하고 선도하는 도시가 될 수는 없을까?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구체적인 꿈에서 출발한 논의만이 현실의 가덕도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의 가덕도는 부산의 지리적 끝일뿐만 아니라, 어떤 세계관의 끝, 그 세계관을 구현해 온 사례 중 하나인, 개발을 통해 성장해 왔던 부산의 끝이기도 하다. 그 끝이 개발의 한계 앞에서 멈춰설지, 경계를 넘어 확장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운명은 가덕도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되풀이되는, 경제를 위해 생태를 억압하는 세계의 논리를 재구성하는 말하기와 움직임에 달려 있을 것이다. 신공항에 대한 이야기가 가덕도와의 연결에서 시작하되, 가덕도 밖으로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필자 소개] 조민서.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위스콘신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한국의 기후정치를 주제로 박사학위논문을 준비 중이다.
[조민서]
나는 사회학을 전공하며 가덕도 신공항에 반대하는 집합적 행동과 말하기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를 시작하고 나서야 가덕도를 제대로 방문 바다이야기2 하게 되었다. 이전까지 부산의 본가에서 조부모님들이 계시는 거제와 통영으로 향하는 길에 거제와 가덕을 잇는 거가대교를 수차례 건넜다. 2024년 겨울, 다리의 명칭에 첫 글자로만 들어갔던 섬을 처음 걸었던 날은 잊을 수 없다.
목적지로 향하는 경로일 뿐이었던 가덕도라는 장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충만한 경험이었다. 2025년 여 골드몽 름, <한국작가회의> 기후생태위원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다녀왔던 답사도 마찬가지였다. 답사기를 연재하는 기획이 있다길래 원고를 쓰겠다고 수락했지만, 제안서를 받고 다른 필자들의 연재글들을 읽으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답사기가 가덕도의 풍경을 문학의 언어로 기록하는 형식이 될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기획자에게 양해를 구하며 이번 글에서는 그날 답사의 기억을 바다이야기 품되, 가덕도의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라 가덕도의 바깥으로 걸어 나가보려 한다. 가덕도에 공항을 지으려는 열망이 연원하는 곳, 가덕도를 행정구역의 일부로 포함하며 신공항을 짓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도시, 부산이다.
가덕도라는 구체적인 장소의 풍경들에서 잠시 눈을 돌려, 이 섬을 추상적인 공간으로 재현하는 지도를 보 게임릴사이트 자. 가덕도는 지리적으로는 부산의 끝이다. 이런 위치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찬반의 목소리 모두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한국릴게임 ▲ 지도상에 표시된 가덕도
ⓒ 카카오맵
개발의 한계
가덕도는 육지의 끝에 위치하며 바다에 접하고 있다. 1871년 흥선대원군의 척화비와 1904년 일제의 외양포진지에 이르기까지 지정학적 긴장의 일선이었고, 개발이 제한되었으며, 생태가 보전된 곳으로 남을 수 있었다.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아 남아있는 것들이 많은 이 장소는, 이 섬을 섬 바깥의 사람들에게 재현하고자 했던 부산 예술가들이 진행했던 작업의 이름처럼, 그야말로 "가득한 가덕"이다. 본 연재의 다른 기고문들이 잇따라 증언하고 있듯이 가덕도의 풍경은 방문자들에게 찬탄을 선사한다. 섬을 방문하는 이들은 섬을 들를 때마다 이곳을 지켜야 한다는 필연성을 감각하고 되새긴다. 그 중 (본인을 포함한) 적지 않은 이들이 '아직' 와보지 않은 이들에게 이 풍경을 보여주고, 함께 보고 싶어 한다.
이들이 함께 보고 싶어하는 가덕도의 풍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존재들 중에는 새들도 있다. 신공항 청사진에 수록된 이미지에는 푸르른 공백(蒼空)을 배경으로 날아다닐 미래의 항공기들이 그려져 있으나, 이미 현재 하늘을 영토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새들, 하늘 아래 섬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존재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부산시청 1층에 사무실이 자리한 가덕도신공항추진위원단의 "육지보상팀"과 "주민보상팀"이 보상의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는 비인간 존재들을, 이들은 가시화하고자 대표하고자 한다.
2025년 7월 26일, 이런 목소리를 모아 신공항 반대를 외치기 위해 부산역 광장 앞에 전국에서 모여든 200여 명이 외친 구호에 따르면 "가덕도는 공항이 아니라 생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 공동의 집"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기를 염원하는 이들에게, 가덕도는 지켜야 할 생명의 터전이다. 여기서 가덕도는 비단 하나의 장소를 넘어, 전지구적 규모에서 생태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절하하고 파괴해 왔던 개발주의가 멈춰야 하는 한계선의 상징이다.
발전의 최전선
다른 이들에게 부산의 도심에서 멀리 끝에 위치하는 가덕도는 지가가 낮아 개발에 적합한 '미개척지'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가덕도가 공항의 후보지였던 것은 아니었다. 2002년 4월 15일 김해국제공항 인근 돗대산 기슭에 중국국제항공 소속 비행기가 추락하여 122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4년 12월 29일 이전까지 한국 최악의 항공사고였다. 무안의 비극은 안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며 전국적인 신공항 건설 반대 운동을 힘을 싣고 있지만, 20여 년 전 김해의 비극은 김해공항 주변의 이들에게 안전한 비행을 이유로 새로운 공항을 꿈꾸는 계기가 되었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면서 가덕도는 밀양 하남읍과 함께 후보지 중 하나가 되었다. 이후 15년 동안 "영남권 신공항", "부산권 신공항", "동남권 신공항" 등으로 변화했던 이 미래의 공항은 2021년 2월 26일 국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가덕도와 보다 가까워진다. 생명을 이야기하는 이들에게는 운동의 시작이었으나, 공항 유치 운동을 전개해 오던 부산의 시민들과 단체들에게는 운동의 끝을 알리는 날이었다.
15년의 세월 동안 신공항의 구상에는 여러 가지 열망이 투사되었다. 처음에는 김해공항의 안전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출발했으나, 신공항은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가 회자되는,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의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기획의 일부가 되었다. 부산이라는 도시의 특수한 이해관계는 수도권 일극주의를 지양하기 위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담론과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2019년 12월 7일 부산역 앞 광장에서 지역 정치인들과 상공인들의 지원을 받아 ("가덕도 신공항"이 아닌) "동남권 관문공항 대정부 조속결단촉구 부울경 800만 시도민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명칭에서 드러나듯, "가덕도"라는 구체적인 공간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신공항"의 필요성이 강조된 행사였다. 초반부에는 2002년 김해의 사고와 안전한 공항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영상이 상영되었다. 후반부에는 "부울경 미래세대 일동"으로서 연단에 선 청년들의 낭독이 이어졌다.
"부산과 울산, 경남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상당 수는 정든 이곳을 떠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열정을 바쳐 일 할 자리가 너무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 부산과 울산, 경남은 한때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경제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옛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동남권의 제대로 된 세계적 관문공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발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 동남권의 제대로 된 국제 관문공항 하나 조속히 건설해 주십시오."
전국 지도를 행정구역으로 분할한 뒤 각종 인구 지표에 따라 지역을 등급화하여 색칠하는 기사들, "지방 소멸"이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시대에, 누군가는 '부산 정도 되는' 광역시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을 기이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나는 여기서 '부산 정도 되는' 도시의 특수한 이야기가 아니라, 부산'마저도'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수도권 중심주의의 위력을 실감한다.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등지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는 호소의 근거는 해가 갈수록 늘어만 가는 동남권의 청년 인구 유출에 대한 통계로 실증된다.
수도권에 구축된 규모의 경제가 발휘하는 구심력에 대항하여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동남권의 경제권을 조성하자는 발상이 힘을 얻는 이유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부산 서쪽 끝의 가덕도는 동남권 산업정책의 맥락에서는 권역의 가운데로 재발견된다. 여기서 가덕도는 이미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되는 김해공항을 대체할 새로운 관문 공항의 의미를 넘어, 부산항과 연계된 물류 허브의 입지로 각광받는다. 신공항을 반대하는 이들이 졸속 추진의 근거로 드는 2030 엑스포나 재보궐 선거 얘기가 나오기 이전부터, 가덕도는 물류, 산업, 일자리, 궁극적으로는 지역 경제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가덕도는 지역의 경제, 국가균형발전의 최전선으로 자리매김된다.
경제와 생태의 관계를 재구성하기
▲ 부산 103번 버스에서 필자 촬영
ⓒ 조민주
생태를 지키기 위한 개발의 한계선, 경제를 키우기 위한 발전의 최전선. 2019년 12월과 2025년 7월 부산역 앞에 열렸던 광장의 크기만큼이나, 현실에서 이 두 가지 목소리 간 크기의 낙차는 아찔하다. 그럼에도 양자를 언어적인 형식으로나마 병렬하고자 한 것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건설을 추동하는 열망의 논리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먼저,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자연에 감응하는 이들' 대 '토건 마피아'의 대립으로 환원하기 어렵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부산시는 얼마 전 부산-양산에 걸쳐있는 금정산이 24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을 축하하는 광고를 집행했다. 생태적 가치를 알리는 문구 바로 아래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문구가 자리한다. 생태 보전마저도 GDP로 수치화되는 '경제'에 대한 고려에 종속되는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다. 부산시는 가덕의 역사와 자연의 충만함을 잠재적 방문객들에게 안내하지만, 동시에 더욱 많은 노력을 들여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세계에 살아가는 이상,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하는 목소리들을 모두 생태에 대한 고려가 부재한다고 평면화할 수는 없다. 수십 년 동안 부산에 살며 금정산으로 등산을 가지만 동시에 "도떼기시장" 같은 김해공항의 번잡함을 몸으로 겪는 어느 부산 시민은 이렇게 말한다. "부산 사람들은 자연을 싫어해서 공항을 지을라고 하는 줄 아나?"
한편, 신공항 찬성론자들이 제시하는 구도처럼, 수도권 대 부산의 대립으로만 바라볼 수도 없다. 부산에도 가덕도를 지키자는 이들, 가덕도를 잘 몰라도 신공항 자체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지역을 떠나지 않고, 혹은 자식들을 떠나보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도시 부산을 원하면서도 가덕도 신공항을 통해 이 대안인지 모르겠다는 이들도 있다. 답사 와중에 만났던 부산광역시 낙동강하구에코센터의 한 해설사님이 그런 경우였다. 일자리가 부족해 부산을 떠나야 할지를 고민하는 자녀들의 미래는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기획이 동반하는 "글로벌 허브도시", "도시경쟁력", "지역 경제 활성화"에 담긴 미래상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한편으로, 공항을 하나 짓는다고 정말 이런 미래가 다가올까?
여기서 충돌하는 것은 '경제'와 '생태'이다. 정확히는 지역의 경제와 생태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열망이다. 두 가지 열망은 왜 대립해야 하는가? 경제(economy)와 생태(ecology)를 뜻하는 영단어는 모두 '집'을 뜻하는 그리스어 오이코스(oikos)를 어원으로 갖는다. 먹고 사는 문제를 집합적으로 해결하는 '경제'를 조직하는 가능한 여러 방식 중,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적 경제는 '생태'와 대립한다. 자본주의하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경제라는 규범(nomos)과 이를 가능케 하는 생태라는 조건에 대한 인식(logos)은 분열되어있다.
이는 곧 인간과 비인간 생명의 분열이기도 하다. 경제의 성장을 위해 생태적 한계를 간과해온 결과가 작금의 생태위기이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가덕도 신공항을 추동하는, 지역의 경제를 살리고 싶다는 열망은 반드시 가덕도의 생태를 파괴하는 식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는가? 수도권 중심주의에 대한 대안이 지역균형발전이라면, "지역"과 "발전"을 정의함에 있어 생태는 어떻게 누락되는가? 가덕도를 "가득" 채우고 있는 존재들은 왜 과소대표되는가? 우리가 머물러 살고 싶은 부산이라는 집은 어떤 곳인가? 그 집에는 새로운 공항이 정말 필요한가?
이 질문들은 가덕도라는 장소를, 공항 건설이라는 프로젝트를 넘어선다. 행정구역상 가덕도를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부산의 정책결정자들과 시민들만이 가덕도의 운명에 대해 말하는 것이 부당하다면, "우리 공동의 집"의 일부인 가덕도와 연결되고자 하는 이들 역시 이 질문들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동하는 열망이 다른 방식으로 흐르고 표출되도록 할 때야 비로소 그런 구상의 현실화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덕도 신공항을 대안으로 삼고자 하는 문제들에 대한 다른 해결책을 제안하고, 필요하다면 문제 자체를 재구성하는 말하기를 통해서 말이다.
가령 지역의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지역주의에 근거하여 국고를 전용하는 "토건 포퓰리즘"이라는 비난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인프라라는 반박이 오고가는 현재의 공론장에서, 생태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발전, 성장, 도시의 의미에 대해 논의해 볼 수는 없을까? 부산을 비자발적 '마이너스 성장'으로 바라보게끔 하는 어떤 규범, 인구와 인프라, 물질적 처리량, GDP의 증가를 '발전'과 동일시하는 대전제를 재구성할 수는 없을까? 자발적으로 생태와 경제가 분열하지 않고 화해하는 풍요의 모델을 발명하고 선도하는 도시가 될 수는 없을까?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구체적인 꿈에서 출발한 논의만이 현실의 가덕도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의 가덕도는 부산의 지리적 끝일뿐만 아니라, 어떤 세계관의 끝, 그 세계관을 구현해 온 사례 중 하나인, 개발을 통해 성장해 왔던 부산의 끝이기도 하다. 그 끝이 개발의 한계 앞에서 멈춰설지, 경계를 넘어 확장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운명은 가덕도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되풀이되는, 경제를 위해 생태를 억압하는 세계의 논리를 재구성하는 말하기와 움직임에 달려 있을 것이다. 신공항에 대한 이야기가 가덕도와의 연결에서 시작하되, 가덕도 밖으로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필자 소개] 조민서.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위스콘신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한국의 기후정치를 주제로 박사학위논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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