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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는 한편으로 저희에게 모범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어서 저희를 그 모범을 따르도록 유인하셨습니다.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최대한 엄중하게 그런 것을 금하셨습니다.”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프란츠 카프카


29살 유진씨는 평소 자신의 성격이 예민한 편이라 생각한다. 3년 동안 만난 연인은 종종 유진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왜 이렇게 감정이 과해?”, “조금만 덜 예민하면 백경게임랜드 , 네가 편할 텐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유진씨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래, 내가 좀 예민한 편이지’ 여겼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타당한 것처럼 느껴졌다.

최근 들어 유진씨는 불편하고 어려운 감정을 느낄 때마다, 마치 자동재생되듯 연인의 말을 떠올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감정이 너무 과한 것 아니야?”, “이런 릴게임골드몽 식이면 누가 너랑 편하게 지낼 수 있겠어?” 연인과 다툴 때 들었던 말을 나도 모르게 속으로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유진씨에게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장면이 떠올랐다. “우리 유진이는 성격이 예민해서, 중학교 가서 어떨지 걱정이 많아요.”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유진씨는 자신에게 릴게임모바일 ‘예민하다’고 처음으로 말한 사람이 아버지였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아버지는 종종 “유진아, 그렇게 힘들어하면 너만 괴로워”, “마음을 대범하게 먹어야지”라고 자주 이야기했다. 아버지의 조언은 유진씨에게 ‘나는 예민해서 문제다’라는 메시지로 기억되었다. 시험 점수가 기대보다 낮을 때, 친구와 다투고 속상해할 때 거실에서 울고 있던 유진씨에게 아버지는 “세 릴게임뜻 상이 다 끝난 것도 아니고 이런 거로 울면 앞으로 어떻게 살래?”라고 말했다. 어린 유진씨는 서러웠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그저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콕하고 가슴에 박혔다.
성인이 된 지금, 아버지는 유진씨에게 더이상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너답게 살아라”라고 격려한다. 사실 아버지야말 온라인골드몽 로 자신이 걱정이 많고 예민하다고 느껴왔기 때문에 딸인 유진씨가 자신처럼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을 뿐이다. 그러나 ‘걱정 많은’ 유진씨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의도’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걱정과 말투, 표정은 유진씨에게 그저 ‘예민하고 걱정 많은’ 사람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로 깊이 자리 잡았던 것이다. 어린 시절에 들었던 아버지의 말은 유진씨의 내면에서 스스로를 ‘예민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예민하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유진씨처럼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평가적인 말들이 내면화(internalization)되어, 성인이 된 지금에도 자기 평가의 기준이 되어버린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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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아버지가 내게 했던 말

“나는 왜 성인이 되어서도 아버지에게 들었던 과거의 말로 자신에게 말하고 있을까?” 유진씨는 자기 안에서 자주 들려오던 목소리가 연인의 목소리면서 동시에 아버지의 목소리이고, 이제는 자기 자신을 판단하는 스스로의 목소리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복되는 말이 처음에는 단순한 조언처럼 들렸지만, 점차 ‘감정이 과한 사람’, ‘예민한 사람’이라는 자기 개념을 이루는 유진씨의 핵심 자료가 되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반복적으로 표현했던 말투와 평가적 태도는 유진씨의 내면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다가, 이후 성인이 되어 연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다시금 떠올랐다. 연인의 “감정이 과하다”는 말은 아버지가 했던 말 “예민하게 살지 말라”는 말과 겹쳐졌고, 오래된 내면화 메시지인 ‘예민한 성격은 나빠’에서, ‘예민한 성격을 가진 나는 나빠’로 강화되었다.

정신분석에서 ‘내면화(internalization)’는 외부의 중요한 대상이 했던 말과 태도, 정서가 시간이 흐르며 자기 내부의 기준이나 목소리가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외부의 목소리가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결국 내 목소리가 되는 과정으로 이해해도 좋다. 초기에 형성된 내면화는 자기 개념뿐 아니라 삶의 규칙과 기준, 신념으로 자리 잡게 되는데, 유년기에는 자기와 타자의 경계가 흐릿해 양육자의 말투와 감정이 그대로 내부로 통합되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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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소리가 되어버렸다

생애 전반에 걸쳐 내면화는 심리 발달을 위한 중요한 과정으로, 외부 세계의 것들이 내면 구조로 자리 잡는 현상이다. 내면화는 중요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는다. 과거 외부에서 들었던 평가적 목소리가 현재의 관계 자극과 만나 자기 내부의 목소리처럼 작동하는 것은 정신분석가 마이스너가 말한 내면화 형태인 ‘동일시(identification)’의 단계로, 외부 목소리가 자기 내부의 목소리로 굳어지는 현상이다. 이때 내면화는 더 이상 외부의 말이 아니라, 유진씨가 스스로에게 하는 자기 판단처럼 기능한다. 현재 아버지나 연인이 실제로 비난하지 않는다 해도, 과거 내면화된 심리 구조를 현재 관계와 자기 개념을 해석하는 데 있어 ‘마치’ 내 목소리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감정이 흔들리거나 불편한 일이 생길 때마다 자동적으로 ‘내가 문제다’, ‘내가 또 예민한 거다’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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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야 하는 것은

나를 보는 시선은 온전히 ‘나의 것’이기 쉽지 않다. 우리는 살아오며 알게 모르게 타인의 시선을 내면화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내가 나를 향해 들이대는 냉정한 평가는 사실은 어릴 때부터 들었던 말과 명령, 금지, 걱정 등이 쌓인 시선을 나의 것처럼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임을 잊게 된다.

자신과 타인을 향한 부정적 사고가 반복되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면, 내 안에 나도 모르게 내면화된 자기 표상과 핵심 신념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된다. 어린 시절 큰 영향을 준 권위자의 표정과 말투, 평가 방식을 떠올려보고 지금도 그 내면화가 내 마음속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나를 바라보는 스스로의 시선이 바뀌면 나와 내 삶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우리는 자주 ‘지금의 나’를 나은 모습으로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바뀌어야 하는 것은 부족한 내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내면화된 오랜 기준과 시선일 수 있다.

내 안의 내면화된 목소리 발견하기

1.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문장 찾기

: 감정적으로 불편하거나 어려울 때, 내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메시지를 떠올린다.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할까?’, ‘사람들에게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위험하다’와 같이 평소 자주 사용하는 자기 평가 문장을 적어본다.

2. 그 문장에 ‘출처 태그’ 붙이기

: 떠오르는 문장이 누구의 말투와 가장 유사한지 적어본다. ‘이건 어머니가 자주 하던 말’, ‘혼날 때 아버지에게 듣던 말’, ‘예전 직장 상사 말투’와 같이 출처를 구분해 본다.

3. 그 문장이 내 삶에 미친 영향 살펴보기

: 내면화된 문장들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떠올린다.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모두 적어보고 지금도 유효한 기준인지 점검해본다. 그 문장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안겨주는지도 살펴본다.

4.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보기

: 과거에는 그 말을 다르게 해석할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게 볼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그땐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어’, ‘지금의 나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이렇게 과거에서 온 목소리를 현재의 시선으로 재해석해본다.

5. 지금의 나에게 맞는 새 문장 다시 쓰기

: 내면화된 목소리와 문장을 ‘지금의 나’에게 유용한 문장으로 바꿔본다. ‘예민하면 살기 힘들어’에서 ‘예민한 나로 살아오느라 애썼다’, ‘예민한 나는 주기적인 자기 돌봄이 필요해’처럼 자기 대화를 바꾸어 다시 써 본다.


생각해볼 질문들

1. 내 안에서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내면화된 목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누구의 것인가요?

2. 유난히 자기 비난의 목소리가 강할 때, 떠오르는 말투와 표정은 누구를 닮아 있나요?

3.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다면, 내 삶에서 달라질 수 있는 감정과 행동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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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용어: 내면화(internalization)

타인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 관계로 인해 타인의 태도, 말투, 가치, 감정, 관계 패턴을 자기 내부로 끌어들여 자기의 일부로 만드는 과정이다. 자기개념을 비롯해 성격 형성과 대인관계 패턴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정신분석에서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관계적 측면과 다른 사람이 지닌 심리적 기능들을 자신의 일부로 만드는 수단으로 본다. 내면화된 정도와 수준은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자기와 타자의 경계가 구별되지 않아 외부의 감정이나 태도를 거의 그대로 삼키듯 흡수하는 초기 형태의 내면화(함입·incorporation), 외부에서 들은 말이나 태도가 자기 표상을 비롯해 금지를 명령하는 규칙이나 신념으로 자리 잡는 과정(내사·introjection), 내면화된 목소리가 더 이상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하는 평가’처럼 느껴지고, 외부 목소리가 이미 자기의 일부가 된 상태(동일시·identification) 등을 모두 포괄하여 내면화라 부른다.


노은정의 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은?

개인이 느끼는 일상의 정서와 감정에는 무의식적인 모순과 억압된 기억, 문화적 압박과 사회적 이데올로기가 뒤섞여 있습니다. 때문에 잘 이해하기는 어려웠던 마음을 돌보는 일은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모호하고 낯선 마음에 하나씩 이름을 붙여보는 노은정의 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https://www.hani.co.kr/arti/SERIES/3316?h=s)을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에서 만나보세요!

▶“나 괜찮은 사람이죠?” 칭찬 없이는 못 사는 사람들: 자기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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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했으니 날 사랑해 줘요…자기비난의 심리학: 도덕적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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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씹’ 1시간째....버림받은 기분이세요?: 대상항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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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연을 이해하기 위하여: 데드마더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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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쓴 티’ 내지 않고 완벽하려다 ‘아픈’ 마음: EP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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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정 두번째마음 심리상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