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이강산 기자)
올해의 인물에는 시대정신이 담겨있다. 2025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판을 떠받치고 움직이는 인물들은 과연 누구이고, 무엇을 의미할까. 지금 한국을 움직인다는 말은 민심에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그리고 국민이 가장 크게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뜻이다. 그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면밀히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시대적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희망과 과제들이 담겨있다.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도도한 민심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시대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모바일야마토 .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37년째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사저널은 독자들의 설문조사, 편집국 기자들의 투표 등을 토대로 심층적인 검증과 토론을 거쳐 올해의 인물을 선정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5년 4월4일 오전 11시22분, 문형배 당시 헌법재 모바일바다이야기 판소장 권한대행이 읽어 내려간 결정문 마지막 문장에 따라 대한민국 역사의 흐름이 바뀌게 됐다. 재판 결과를 기다리며 마음 졸이던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은 문 전 대행의 선고를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불확실성에 내몰리며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던 대한민국 사회가 이제는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으리란 기대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 전 야마토연타 대통령 파면 선고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불과 8년 만에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이 이뤄졌다는 중대한 결론을 남겼다. 탄핵 인용이라는 결과만큼이나 주목받은 것은 결정문 내용이었다.
문 전 대행은 정치적 언어를 삼가고 파면의 이유에 대해 '법률적 언어'를 중심으로 조목조목 설명했다. "헌법은 권력을 부여하는 동시에 한계를 바다이야기게임방법 설정한다"는 결정문의 문장은 이후 수차례 인용되기도 했다. 이는 광장의 함성과 여의도의 공방이 아닌 헌법 조문과 사실관계를 통해 국가적 혼란을 수습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2월11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사아다쿨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방향과 과제 3일차 종합토론 대한민국 사법부가 나아갈 길'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휴먼 에러 있다고 시스템을 고쳐선 안 돼" 
2024년 12월1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재판장을 맡게 되며 큰 주목을 받은 문 전 대행의 이력은 사실 화려한 권력의 중심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 사법연수원(18기)을 수료한 뒤 부산지방법원 판사로 법조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문 전 대행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오랜 시간 부산과 창원에서 판사로 일하며 조용한 '향판'(지역 판사)의 길을 걸었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법관 생활을 하면서 "판결문은 판사의 양심이 드러나는 기록"이라는 말을 주변에 자주 했다고 한다. 이념이나 정파보다 사실과 법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태도는 그의 법조 생활 전반을 관통해 왔다.
그러던 그가 중앙으로 진출한 것은 2019년이었다. 그해 문 전 대행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됐다. 이후 문 전 대행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및 설치 규정의 위헌 여부와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 법 조항 등에 대한 위헌 결정 등 굵직한 판결들을 남겼다.
이처럼 헌재에 몸담은 이후에도 언론 노출을 거의 하지 않던 문 전 대행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과 함께 6년의 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헌재를 떠난 이후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며 당시 판단의 배경과 헌법적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선고의 무게와 재판관들의 숙의 과정, 전원일치 판단이 갖는 상징성 등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냈고, 사법적 판단이 정치적 해석으로 과도하게 소비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전했다.
일부 프로그램과 강연에서는 자신의 성장 과정과 법관으로서의 소명 의식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 출연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이유가 올해 8월 출간된 저서 《호의에 대하여》에 관한 홍보 차원이라며 농담 섞인 설명을 남겼지만, 그가 출연한 방송 등이 소셜미디어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우리 사회에 문 전 대행이 제시하는 한마디 한마디의 울림이 좋은 방향타가 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그런 그가 12월11일,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사법 개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혀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법원행정처와 법률신문이 공동 주최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방향과 과제' 공청회에 참석한 문 전 대행은 "'휴먼 에러'(인간의 오류)가 있다면 휴먼을 고쳐야지 시스템을 고쳐서는 안 된다"는 말로 에둘러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법 개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몇몇 사건 처리와 관련한 국민의 분노를 이해한다"면서도 "분노는 사법 개혁의 동력이 될 수는 있으나 '사법 개혁의 내용'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형배 전 대행은 공청회에서 법관 인사 시스템과 재판 지연 문제, 국민의 재판 접근성 등을 언급하며 사법 개혁이 사법부 스스로를 성찰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4월의 대통령 파면 선고와 묘하게 맞닿아 있다. 권력의 정점에 선 대통령에게 헌법이 정한 권력의 한계를 명확히 제시한 전직 헌법재판관이 사법부의 권력 역시 그 예외가 될 수 없음을 완곡하게 말한 셈이기 때문이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4월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사회 분열상을 묵직한 언행으로 지그시 견제
그러면서 그는 사법 개혁 자체에는 찬성하나 사법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실현 가능한 세부적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행은 "'민주당이 제시한 법안이 사법 개혁을 실현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질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청회에 나선 문 전 대행의 발언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역시 뜨거운 쟁점 사항이었던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한 의견이었다. 문 전 대행은 "판사 배당에 관해 외부 인사가 관여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조계에서 우려하는 위헌 논란에 대해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에 대한 쓴소리 또한 빼놓지 않았다.
그는 "(특정 사건을 대상으로 한) 처분적 법률이라고 해서 곧바로 위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예외적 정당성이 있는지가 문제인데, 내란 재판은 예외적 정당성을 긍정하기에 좋은 사정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내란 사건이 단 한 개도 선고되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 더더욱 구속 기간 계산 변경을 내란 우두머리 사건에서 적용해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 지금이라도 내란 재판은 신속하게 선고하고 법원이 기타 신뢰성 있는 조치로 분위기를 차분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느 한쪽의 편에 서서 다른 쪽을 향해 일방적 비판을 가하는 우리 사회의 대립과 분열상을 문 전 대행은 묵직한 언행으로 지그시 견제하고 나섰다.   
공청회로부터 5일이 지난 후, 그동안 위헌 논란에도 강경 일변도였던 민주당은 법조계의 의견을 대폭 반영해 위헌 요소를 최소화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을 12월16일 내놓았다. 12월18일 법원행정처는 자체적으로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의 근거가 되는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예규 제정을 시작으로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이어질 '사법 개혁'을 놓고 또다시 많은 국민은 문 전 대행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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