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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망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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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지워선 안 될 사람들] ④ 게임업계 창작자들 삼킨 AI 숙련된 3D 모델러도 "대체는 시간 문제…창작은 AI, 단순업무는 사람이" 영세업체일수록 거리낌 없이 AI 도입, 인사고과 반영에 업무 폭증까지 팬덤 거부감에도 위협 현실화…"법적 제동 필요, 소비자·시민 협의해야"
[미디어오늘 김예리, 노지민, 정민경, 윤유경 기자]
▲게임 3D 모델러 김희재(가명) 씨가 지난달 8일 자택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며 챗GPT와 무료 3D 생성 프로그램 블렌더를 활용해 3D 모델링을 시연하고 있다. 통상 일 골드몽 주일가량 걸리던 작업이 약 2분 만에 완성됐지만, 곧바로 게임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온 세상이 AI가 불러올 장밋빛 미래를 말하는 동안, 한 쪽에선 'AI가 인간 일자리를 얼마나 대체할 것인가'를 묻는다. 효율화의 초점을 '비용' 바다이야기합법 에 맞춘 논의는 당장 생존의 위협을 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가린다. AI는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를 터뜨리는 기폭제로도 작용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AI 대체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미디어·창작 분야의 종사자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현실과 우리 사회가 지워선 안 될 가치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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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구독 해지하라. '아울 하우스'도 불법 다운 받아서 봐라. 상관 없다. 생성형 AI 엿 먹어라.” 디즈니플러스(디즈니+)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울 하우스'를 제작한 애니메이터이자 감독 다나 테라스가 지난해 11월 X(구 트위터)에 쓴 글이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디즈니+ 구독자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릴게임손오공 )으로 직접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반응이었다.
지난달 8일 경기 소재 자택에서 만난 애니메이터 출신 게임 3D 모델러 김희재(가명) 씨는 최근 이 문장을 자주 떠올린다고 했다. 인기 창작자의 '내 작품을 불법 다운 받으라'는 선언은 생성형 AI가 창작자들의 노동 결과물을 무단 학습 바다이야기릴게임2 하며 성장하고,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면서 창작자의 가치는 평가절하하는 모순을 드러냈다.
▲디즈니플러스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울 하우스'를 제작한 애니메이터이자 감독 다나 테라스는 지난해 11월 X(구 트위터)에“디즈니플러스 구독 해지하라. '아울 하우스'도 불법 다운 받아서 봐라. 상관 없다. 생성형 AI 엿 먹어라”라고 썼다. 다나 테라스 X(트위터) 포스팅
김씨는 중소 게임제작사 A사에서 배경 3D 모델러로 일한다. 원화가가 그린 평면 원화를 게임환경에 입체로 구현하는 일이다. “나만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꿈”이었던 그는 미술을 전공했다. 취미로 친구들과 인디 게임을 만들다, 3D 모델링을 할 줄 아는 친구가 없어 직접 배웠다. 5년 전부터 직무도 바꿨다. “원래 하던 작화는 두 페이지를 1시간에 마쳐야 겨우 최저시급 단가가 나왔는데, 3D 모델러 초봉은 그보다 나았어요.”
30대 중후반, 5년차 모델러인 김씨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AI 부서를 만든 회사는 모든 업무에 챗GPT 등 AI를 쓰면서 피드백을 하라고 지시했다. 기획과 프로그래밍, 아트 영역까지 전 제작 과정이 AI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작은 회사일수록 AI 사용에 더 거리낌 없다”며 “최근 좋은 인사고과를 받았다. 회사가 권한 AI 툴 사용법을 열심히 배워서 그렇다”고 했다. 3D 생성형 AI는 2022년 본격 등장했는데 이제는 유튜브에서도 지브러시와 블렌더, 3D맥스, 마야 등 AI 시연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주일 걸리던 3D 모델링…'딸깍' 몇 번, 2분이면 완성
김씨에게 AI를 활용한 3D 모델링 시연을 요청했다. PC로 챗GPT에 접속한 그는 짤막한 프롬프트를 입력했다. “강아지 슈나우저 캐릭터를 디즈니 스타일로 그려줘. T포즈(양팔을 벌린 포즈)로 3D 모델링에 쓸 수 있게 만들어야 해. 캐릭터에는 연보라색 목줄을 달아줘. 귀엽게 부탁해.” 30초도 되지 않아 눈이 동그랗고 흰 수염을 가진 강아지가 두 앞 발을 벌린 이미지가 나왔다. 김씨는 이를 무료 3D 생성 AI인 '블렌더' 창에 끌어와 생성 버튼을 눌렀다. 1분30초 만에 위, 아래, 앞, 뒤, 옆으로 돌아가는 3D 강아지 모델이 나왔다. 모델러가 직접 만들면 최소 하루이틀, 배경 이미지는 일주일도 걸리는 일이 2분 만에 끝났다.
물론 AI가 만든 3D 모델을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게임은 결국 '데이터 싸움'이에요. 다행히 AI는 리소스까지 고려하지 못하고 쓸 데 없는 데이터를 덕지덕지 붙여 놔요. 그러면 플레이할 때 '렉'이 걸려요.” 특히 수평, 수직선이 많이 쓰이는 배경 모델링은 “아직은 비교적 안전”하다. AI가 수작업에 비해 불필요한 데이터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영역이다. 실제로 방금 생성한 강아지 모형을 확대하니 통상 한 면으로 처리되는 원통형 몸체 부분이 수많은 면으로 쪼개져 있었다. 전체 면 개수는 95만9130개에 달했다. “아무리 복잡한 고퀄리티 게임의 3D 캐릭터도 면 수가 15만 개를 넘기기 힘들어요. 그만큼 얼토당토 않은 숫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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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작업은 AI가, 사람은 '반복 작업'으로 밀려나
그러나 김씨는 “따라잡히는 건 시간 문제”라고 했다. “AI 부서에서 3D 모델링을 해와서 우리한테 개선점 피드백을 받아가요. AI는 더 정교해지고 우리 일감은 끊길 테죠. 알면서도 우린 피드백을 줘야 하고요.” 게임 내 버튼, 메뉴 등 UI(사용자 조작 화면) 디자인은 이미 AI가 기존 원화가의 작업물을 학습해 대체된 상태다. AI부서에선 공공연히 '원화가의 시대는 갔다'고 말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2024년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7월께 주요 이미지 생성 AI가 출시된 지 1년여 만에 그래픽 디자인과 3D 모델링 프리랜서 수요가 17% 줄었다. 김씨는 자기 차례를 늦어도 5년 뒤로 봤다.
3D 모델러의 역할이 창작이 아닌 '리소스 정리'로 바뀌고 있다고도 했다. “우리가 회사에 할 수 있는 주장은 '적어도 우리가 만드는 건 못 쓰는 데이터는 아니잖느냐?' 정도겠죠.” 재미있고 창의적인 작업은 AI가 맡고, 사람은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보정 작업을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AI가 한땀 한땀 만든 작품을 모두 학습해 사람이 밀려나는 것이 가장 두려워요. '딸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물리적 노동과 스타일 연구 같은 창작 노동을 훔쳐내는 거죠. 모두의 노동력을 더 큰 자본에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40대 초반에 나를 받아줄 곳이 있을까”라며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준비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AI로 캐릭터 뽑아내는 팀장 보고 회사 떠난 원화가
창작 업무를 AI에 빼앗긴 위기감은 중견 게임회사 N사의 15년차 원화가 이승현(가명)씨의 현실이다. 그는 통화에서 자신이 “원화가가 아니라 부품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자와 소통하며 스케치 시안을 완성하고, 게임에 쓰이는 이미지와 일러스트를 제작한다. 기획 의도를 이미지로 구현하는 직무라 해외에선 '콘셉트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N사는 지난해 중반부터 전사적으로 AI 연구와 도입을 지시하면서 나노바나나 프로와 같은 외부 툴과 자체 AI 사용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이틀 내내 계속 프롬프트에 '이렇게 바꿔 줘' 써넣고 기다리길 반복하니 혼이 나가겠더라고요. 나는 그림 그리는 원화가인데, 이제는 컴퓨터 앞에서 버튼 누르는 사람이 되는 건가? 5년 뒤엔 이 넓은 공간에 실장 혼자 앉아있는 거 아니냐고 동료들과 얘길 나눠요. 적극 AI를 써도 결과물이 마땅치 않은데 회사는 포기하지 않고, 결국 손으로 작업하면 시간만 날려요. AI가 잘 돌아가도 '현타', 안 돌아가도 '현타'예요.”
이씨는 친구가 다니는 중소규모 회사에선 원화가가 회사를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팀장이 원화가가 맡던 캐릭터 작화를 AI로 뽑아내는 모습을 본 뒤였다. N사의 일부 게임도 중요도가 낮은 NPC(플레이어가 아닌 캐릭터) 이미지나 요소들은 AI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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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 기대와 달리 작화 직군을 AI가 곧바로 대체할 수는 없다. AI가 초기 시안 작업시간은 단축해주지만, 결국 이미지를 게임 스타일에 맞춰 구현하는 일은 사람을 거쳐야 한다. N사에 다니는 도트(픽셀) 아트 원화가 오혜성(가명) 씨는 “기획자 의도에 맞게 참고자료를 찾고 시안을 스케치하는 시간이 AI로 인해 크게 줄었지만, 어디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 결정하고, 게임환경에 맞게 맞춰내는 디렉팅과 최종 폴리싱(다듬기)은 앞으로도 대체불가능한 창작자 고유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AI로 하면 빠르잖아” 업무 늘고 인사고과 반영까지
B사에 다니는 7년차 배경 원화가 박주현(가명) 씨는 “현재 게임업계에 AI는 도구이기보다 '관리 수단'”이라고 말했다. B사는 미드저니 등 AI를 도입하며 계약직과 외주 인력 계약을 중단했다. 일감은 기존 인력에 돌렸다. 직원들은 “(AI 사용법은) 점심 시간에 직원들끼리 스터디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AI로 하면 빠르잖아'라는 말을 날마다 듣는다”며 “AI로 인해 그림 하나에 수정 작업 횟수가 두 배 늘었다”고 했다. AI를 사용할 때마다 대화 기록과 장단점을 정리해 보고서로 제출해야 한다. 미디어오늘이 취재한 3개 게임업체의 창작자 4명 모두 회사가 AI 사용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하다 죽으라는 건가' 싶을 정도예요. 회사는 야근하지 말라지만 일은 늘렸어요. AI를 써서 퀄리티 있는 작업물을 가져오길 요구해요. 그러니 집에 가서 그리는 거죠. (AI는) 노예를 자처하게 만드는 수단인 거예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게임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업계 종사자 72%가 AI를 활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일부 응답자는 AI 도입이 업무 효율보다 작업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도트원화가 오씨도 일주일에 6시간은 퇴근 뒤 AI를 돌려보며 지낸다고 했다. N사도 AI를 이유로 프로젝트 업무량을 두 배 늘렸다. “몸과 마음이 모두 더 힘들어졌어요. AI를 계속 최신 버전으로 공부해야 해 피로감이 있는 데다, 공부하면서도 이게 내 일자리를 잃게 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하루하루 느끼며 지냅니다. 그런데 이런 압박감을 느낄 여력조차 없이 일정은 더 바쁘게 돌아가요.”
게임 유저들 거부감…글로벌 플랫폼 'AI 활용 공시' 제안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내 AI 도입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AI 생성 콘텐츠가 부자연스럽고 성의가 부족하다는 반감과 인간 창작자의 계를 위협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7'은 실사 밀리터리 스타일과 맞지 않는 'AI풍' 또는 '지브리풍' 이미지로 지탄 받았다. 게임 '위저즈 오브 더 코스트', '더 파이널스'도 AI 드로잉과 성우 사용이 발견돼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항의가 일었다. 박씨는 업계에 'AI 냄새'라는 은어가 통용된다고 했다.
이에 세계 최대 게임플랫폼 '스팀'이 올초 유통사 차원의 대응책으로 'AI 활용 범위 공시 의무 가이드라인'을 제안하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은 게임에 나오는 이미지와 소리, 글에 생성 AI 콘텐츠를 사용한 경우 이를 상점 페이지에 명시하도록 했다. 유저들이 AI 생성 콘텐츠의 혐오표현이나 저작권 침해를 신고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7'는 실사 밀리터리 스타일과 맞지 않는 'AI풍' 또는 '지브리풍' 이미지를 사용해 유저들의 지탄을 받았다. X(트위터) 캡쳐
개별 회사 넘어 '사회적 가이드라인' 세울 협의체 가동돼야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업계와 발맞춰 산업 진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선 국내 시가총액 기준으로 5위권 게임사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가 “AI를 잘 써서 1명이 100명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중국·미국 등 산업과 대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AI 활용 지원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내 2위 게임 대기업 크래프톤은 'AI 퍼스트'를 선언한 뒤 지난해 11월 전사원 상대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을 전격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 1월22일 시행된 AI기본법 시행령은 게임회사와 같이 업무상 목적으로 AI를 이용하는 사업자를 '이용자'로만 분류했다. 위험관리, 설명, 사람의 감독 등 '이용사업자' 책무는 면제해 시민사회 비판을 받았다. 오씨는 이를 두고 “실무자는 한숨부터 나온다”고 털어놨다. “게임회사가 보호만 받고 당연한 책무에선 쏙 빠지면 수익과 효율성만 극대화하려 할 거예요. 사고라도 터지면 책임은 꼬리자르기로 돌아오겠죠. 우리 같은 노동자나 게임 유저들은 권리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어요.”
창작자들은 무엇보다 노동자와 소비자 등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하는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오씨는 이렇게 말했다. “개별 회사를 넘어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세울 산별 또는 다자 협의체가 가동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률·AI윤리 전문가, 소비자와 시민이 모두 모여서 기업의 법적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정립해야죠. 그러지 않으면 산업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겁니다”. 박씨는 장기적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외부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영진은 AI 기술로 게임을 더 재밌게 만들거나 수명을 늘리려 하기보다 당장 인력을 대체하려 하고 있어요. AI 관련 기준은 기업, 노동조합, 정부, 전문가 등 모두 머리 맞대고 고민해야 합니다.”
[AI가 지워선 안 될 사람들]① AI 시대,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인가…문체부, 성우표준계약서 추진② 연기자·코미디언·성우 48명에게 'AI 위협 느끼나' 물었다② '시댄스 쇼크' 마주한 연기자들…“피라미드에서 피뢰침 구조 될 것”③ “AI 저작권, 방치한 문제 쌓였죠” 불법스캔 겪은 20년차 만화가의 경고④
[미디어오늘 김예리, 노지민, 정민경, 윤유경 기자]
▲게임 3D 모델러 김희재(가명) 씨가 지난달 8일 자택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며 챗GPT와 무료 3D 생성 프로그램 블렌더를 활용해 3D 모델링을 시연하고 있다. 통상 일 골드몽 주일가량 걸리던 작업이 약 2분 만에 완성됐지만, 곧바로 게임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온 세상이 AI가 불러올 장밋빛 미래를 말하는 동안, 한 쪽에선 'AI가 인간 일자리를 얼마나 대체할 것인가'를 묻는다. 효율화의 초점을 '비용' 바다이야기합법 에 맞춘 논의는 당장 생존의 위협을 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가린다. AI는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를 터뜨리는 기폭제로도 작용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AI 대체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미디어·창작 분야의 종사자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현실과 우리 사회가 지워선 안 될 가치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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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경기 소재 자택에서 만난 애니메이터 출신 게임 3D 모델러 김희재(가명) 씨는 최근 이 문장을 자주 떠올린다고 했다. 인기 창작자의 '내 작품을 불법 다운 받으라'는 선언은 생성형 AI가 창작자들의 노동 결과물을 무단 학습 바다이야기릴게임2 하며 성장하고,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면서 창작자의 가치는 평가절하하는 모순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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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중소 게임제작사 A사에서 배경 3D 모델러로 일한다. 원화가가 그린 평면 원화를 게임환경에 입체로 구현하는 일이다. “나만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꿈”이었던 그는 미술을 전공했다. 취미로 친구들과 인디 게임을 만들다, 3D 모델링을 할 줄 아는 친구가 없어 직접 배웠다. 5년 전부터 직무도 바꿨다. “원래 하던 작화는 두 페이지를 1시간에 마쳐야 겨우 최저시급 단가가 나왔는데, 3D 모델러 초봉은 그보다 나았어요.”
30대 중후반, 5년차 모델러인 김씨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AI 부서를 만든 회사는 모든 업무에 챗GPT 등 AI를 쓰면서 피드백을 하라고 지시했다. 기획과 프로그래밍, 아트 영역까지 전 제작 과정이 AI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작은 회사일수록 AI 사용에 더 거리낌 없다”며 “최근 좋은 인사고과를 받았다. 회사가 권한 AI 툴 사용법을 열심히 배워서 그렇다”고 했다. 3D 생성형 AI는 2022년 본격 등장했는데 이제는 유튜브에서도 지브러시와 블렌더, 3D맥스, 마야 등 AI 시연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주일 걸리던 3D 모델링…'딸깍' 몇 번, 2분이면 완성
김씨에게 AI를 활용한 3D 모델링 시연을 요청했다. PC로 챗GPT에 접속한 그는 짤막한 프롬프트를 입력했다. “강아지 슈나우저 캐릭터를 디즈니 스타일로 그려줘. T포즈(양팔을 벌린 포즈)로 3D 모델링에 쓸 수 있게 만들어야 해. 캐릭터에는 연보라색 목줄을 달아줘. 귀엽게 부탁해.” 30초도 되지 않아 눈이 동그랗고 흰 수염을 가진 강아지가 두 앞 발을 벌린 이미지가 나왔다. 김씨는 이를 무료 3D 생성 AI인 '블렌더' 창에 끌어와 생성 버튼을 눌렀다. 1분30초 만에 위, 아래, 앞, 뒤, 옆으로 돌아가는 3D 강아지 모델이 나왔다. 모델러가 직접 만들면 최소 하루이틀, 배경 이미지는 일주일도 걸리는 일이 2분 만에 끝났다.
물론 AI가 만든 3D 모델을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게임은 결국 '데이터 싸움'이에요. 다행히 AI는 리소스까지 고려하지 못하고 쓸 데 없는 데이터를 덕지덕지 붙여 놔요. 그러면 플레이할 때 '렉'이 걸려요.” 특히 수평, 수직선이 많이 쓰이는 배경 모델링은 “아직은 비교적 안전”하다. AI가 수작업에 비해 불필요한 데이터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영역이다. 실제로 방금 생성한 강아지 모형을 확대하니 통상 한 면으로 처리되는 원통형 몸체 부분이 수많은 면으로 쪼개져 있었다. 전체 면 개수는 95만9130개에 달했다. “아무리 복잡한 고퀄리티 게임의 3D 캐릭터도 면 수가 15만 개를 넘기기 힘들어요. 그만큼 얼토당토 않은 숫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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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작업은 AI가, 사람은 '반복 작업'으로 밀려나
그러나 김씨는 “따라잡히는 건 시간 문제”라고 했다. “AI 부서에서 3D 모델링을 해와서 우리한테 개선점 피드백을 받아가요. AI는 더 정교해지고 우리 일감은 끊길 테죠. 알면서도 우린 피드백을 줘야 하고요.” 게임 내 버튼, 메뉴 등 UI(사용자 조작 화면) 디자인은 이미 AI가 기존 원화가의 작업물을 학습해 대체된 상태다. AI부서에선 공공연히 '원화가의 시대는 갔다'고 말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2024년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7월께 주요 이미지 생성 AI가 출시된 지 1년여 만에 그래픽 디자인과 3D 모델링 프리랜서 수요가 17% 줄었다. 김씨는 자기 차례를 늦어도 5년 뒤로 봤다.
3D 모델러의 역할이 창작이 아닌 '리소스 정리'로 바뀌고 있다고도 했다. “우리가 회사에 할 수 있는 주장은 '적어도 우리가 만드는 건 못 쓰는 데이터는 아니잖느냐?' 정도겠죠.” 재미있고 창의적인 작업은 AI가 맡고, 사람은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보정 작업을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AI가 한땀 한땀 만든 작품을 모두 학습해 사람이 밀려나는 것이 가장 두려워요. '딸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물리적 노동과 스타일 연구 같은 창작 노동을 훔쳐내는 거죠. 모두의 노동력을 더 큰 자본에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40대 초반에 나를 받아줄 곳이 있을까”라며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준비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AI로 캐릭터 뽑아내는 팀장 보고 회사 떠난 원화가
창작 업무를 AI에 빼앗긴 위기감은 중견 게임회사 N사의 15년차 원화가 이승현(가명)씨의 현실이다. 그는 통화에서 자신이 “원화가가 아니라 부품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자와 소통하며 스케치 시안을 완성하고, 게임에 쓰이는 이미지와 일러스트를 제작한다. 기획 의도를 이미지로 구현하는 직무라 해외에선 '콘셉트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N사는 지난해 중반부터 전사적으로 AI 연구와 도입을 지시하면서 나노바나나 프로와 같은 외부 툴과 자체 AI 사용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이틀 내내 계속 프롬프트에 '이렇게 바꿔 줘' 써넣고 기다리길 반복하니 혼이 나가겠더라고요. 나는 그림 그리는 원화가인데, 이제는 컴퓨터 앞에서 버튼 누르는 사람이 되는 건가? 5년 뒤엔 이 넓은 공간에 실장 혼자 앉아있는 거 아니냐고 동료들과 얘길 나눠요. 적극 AI를 써도 결과물이 마땅치 않은데 회사는 포기하지 않고, 결국 손으로 작업하면 시간만 날려요. AI가 잘 돌아가도 '현타', 안 돌아가도 '현타'예요.”
이씨는 친구가 다니는 중소규모 회사에선 원화가가 회사를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팀장이 원화가가 맡던 캐릭터 작화를 AI로 뽑아내는 모습을 본 뒤였다. N사의 일부 게임도 중요도가 낮은 NPC(플레이어가 아닌 캐릭터) 이미지나 요소들은 AI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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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 기대와 달리 작화 직군을 AI가 곧바로 대체할 수는 없다. AI가 초기 시안 작업시간은 단축해주지만, 결국 이미지를 게임 스타일에 맞춰 구현하는 일은 사람을 거쳐야 한다. N사에 다니는 도트(픽셀) 아트 원화가 오혜성(가명) 씨는 “기획자 의도에 맞게 참고자료를 찾고 시안을 스케치하는 시간이 AI로 인해 크게 줄었지만, 어디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 결정하고, 게임환경에 맞게 맞춰내는 디렉팅과 최종 폴리싱(다듬기)은 앞으로도 대체불가능한 창작자 고유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AI로 하면 빠르잖아” 업무 늘고 인사고과 반영까지
B사에 다니는 7년차 배경 원화가 박주현(가명) 씨는 “현재 게임업계에 AI는 도구이기보다 '관리 수단'”이라고 말했다. B사는 미드저니 등 AI를 도입하며 계약직과 외주 인력 계약을 중단했다. 일감은 기존 인력에 돌렸다. 직원들은 “(AI 사용법은) 점심 시간에 직원들끼리 스터디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AI로 하면 빠르잖아'라는 말을 날마다 듣는다”며 “AI로 인해 그림 하나에 수정 작업 횟수가 두 배 늘었다”고 했다. AI를 사용할 때마다 대화 기록과 장단점을 정리해 보고서로 제출해야 한다. 미디어오늘이 취재한 3개 게임업체의 창작자 4명 모두 회사가 AI 사용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하다 죽으라는 건가' 싶을 정도예요. 회사는 야근하지 말라지만 일은 늘렸어요. AI를 써서 퀄리티 있는 작업물을 가져오길 요구해요. 그러니 집에 가서 그리는 거죠. (AI는) 노예를 자처하게 만드는 수단인 거예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게임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업계 종사자 72%가 AI를 활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일부 응답자는 AI 도입이 업무 효율보다 작업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도트원화가 오씨도 일주일에 6시간은 퇴근 뒤 AI를 돌려보며 지낸다고 했다. N사도 AI를 이유로 프로젝트 업무량을 두 배 늘렸다. “몸과 마음이 모두 더 힘들어졌어요. AI를 계속 최신 버전으로 공부해야 해 피로감이 있는 데다, 공부하면서도 이게 내 일자리를 잃게 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하루하루 느끼며 지냅니다. 그런데 이런 압박감을 느낄 여력조차 없이 일정은 더 바쁘게 돌아가요.”
게임 유저들 거부감…글로벌 플랫폼 'AI 활용 공시' 제안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내 AI 도입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AI 생성 콘텐츠가 부자연스럽고 성의가 부족하다는 반감과 인간 창작자의 계를 위협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7'은 실사 밀리터리 스타일과 맞지 않는 'AI풍' 또는 '지브리풍' 이미지로 지탄 받았다. 게임 '위저즈 오브 더 코스트', '더 파이널스'도 AI 드로잉과 성우 사용이 발견돼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항의가 일었다. 박씨는 업계에 'AI 냄새'라는 은어가 통용된다고 했다.
이에 세계 최대 게임플랫폼 '스팀'이 올초 유통사 차원의 대응책으로 'AI 활용 범위 공시 의무 가이드라인'을 제안하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은 게임에 나오는 이미지와 소리, 글에 생성 AI 콘텐츠를 사용한 경우 이를 상점 페이지에 명시하도록 했다. 유저들이 AI 생성 콘텐츠의 혐오표현이나 저작권 침해를 신고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7'는 실사 밀리터리 스타일과 맞지 않는 'AI풍' 또는 '지브리풍' 이미지를 사용해 유저들의 지탄을 받았다. X(트위터) 캡쳐
개별 회사 넘어 '사회적 가이드라인' 세울 협의체 가동돼야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업계와 발맞춰 산업 진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선 국내 시가총액 기준으로 5위권 게임사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가 “AI를 잘 써서 1명이 100명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중국·미국 등 산업과 대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AI 활용 지원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내 2위 게임 대기업 크래프톤은 'AI 퍼스트'를 선언한 뒤 지난해 11월 전사원 상대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을 전격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 1월22일 시행된 AI기본법 시행령은 게임회사와 같이 업무상 목적으로 AI를 이용하는 사업자를 '이용자'로만 분류했다. 위험관리, 설명, 사람의 감독 등 '이용사업자' 책무는 면제해 시민사회 비판을 받았다. 오씨는 이를 두고 “실무자는 한숨부터 나온다”고 털어놨다. “게임회사가 보호만 받고 당연한 책무에선 쏙 빠지면 수익과 효율성만 극대화하려 할 거예요. 사고라도 터지면 책임은 꼬리자르기로 돌아오겠죠. 우리 같은 노동자나 게임 유저들은 권리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어요.”
창작자들은 무엇보다 노동자와 소비자 등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하는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오씨는 이렇게 말했다. “개별 회사를 넘어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세울 산별 또는 다자 협의체가 가동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률·AI윤리 전문가, 소비자와 시민이 모두 모여서 기업의 법적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정립해야죠. 그러지 않으면 산업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겁니다”. 박씨는 장기적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외부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영진은 AI 기술로 게임을 더 재밌게 만들거나 수명을 늘리려 하기보다 당장 인력을 대체하려 하고 있어요. AI 관련 기준은 기업, 노동조합, 정부, 전문가 등 모두 머리 맞대고 고민해야 합니다.”
[AI가 지워선 안 될 사람들]① AI 시대,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인가…문체부, 성우표준계약서 추진② 연기자·코미디언·성우 48명에게 'AI 위협 느끼나' 물었다② '시댄스 쇼크' 마주한 연기자들…“피라미드에서 피뢰침 구조 될 것”③ “AI 저작권, 방치한 문제 쌓였죠” 불법스캔 겪은 20년차 만화가의 경고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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