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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망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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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온타리오주 세인트 토마스(St. Thomas, Ontario)에 자리 잡은 아이스크림 가게 ‘쇼’(Shaw‘s). 1948년생. 팔순이 다 된 이 가게는 별다른 치장 없이도 그 오랜 세월 지역민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다. 단출한 테이블 서너 개와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이 담긴 기다란 진열대, 그리고 공간을 가득 채운 달콤한 향. 그게 전부다.
네이버 생리계산기 하지만 진짜 마법은 가게의 앞마당에서 펼쳐진다. 짙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이어진 푸른 잔디밭, 아름드리 나무들이 너그럽게 드리운 그늘, 그리고 땅에서 솟아난 듯한 뭉툭한 바위들. 아이들은 신발을 벗어 던지고 풀밭을 신나게 뛰어다녔고, 가족들은 그늘 아래에서 세상 가장 달콤한 시간을 맛보고 있었다. 단돈 몇 달러로 이런 행복을 살 수 있는 곳이 얼마 주택청약 1순위 나 있을까. 이들이 얻은 것은 단순히 아이스크림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장 온전한 형태의 행복,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치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잘 가꾼 정원은 권력의 상징이었다. 베르사유의 광활한 정원이나 우리 옛 사대부의 후원은 드넓은 토지와 수많은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는 소수 지배층만이 필요함 누릴 수 있는 부와 여유의 증표였다. 1970~1980년대 우리나라 고급 갈빗집에 ‘가든’이라는 이름이 붙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와 같은 노래 구절이 국민들 가슴 속에 늘 있었다. 이러한 집단적 열망은, 과거 소수의 특권인 경제적 윤택함과 안정적 생활을 동경하고 그 일부라도 맛보고 싶었던 간절함의 다른 표현이기 개인파산신청전문 도 했다.
수십 년이 흘러 우리는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되었고, 이론적으로는 과거의 왕이나 귀족이 누렸던 ‘정원의 권력’을 모든 시민이 공원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누릴 수 있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우리는 그토록 동경하던 것을 우체국 행복가득 누리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다. 눈 앞에 펼쳐진 찬란한 노을 대신 손안의 스크린이 보여주는 가상의 풍경에 눈을 내어준다. 시원한 나무 그늘 대신 쇼핑몰의 인공조명 아래서 안식을 찾는다. 이 안타까운 역설은 존 밀턴의 ‘실낙원’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어쩌면 신에 의해 에덴에서 쫓겨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에덴의 문을 등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과 몇 년 전, 한강변에 있던 40년 넘은 5층짜리 아파트 단지가 사라진 풍경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봄이면 연둣빛 새순으로 계절의 시작을 알리고, 여름이면 짙은 그늘을 만들어 공동의 거실이 되어주었다. 가을이면 낙엽을 떨궈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아이들의 숨바꼭질 장소였고, 어르신들의 바둑판이 놓이던 쉼터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불도저에 밀려 사라지고,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은 쇼핑몰 선반에 진열된 상품처럼 빼곡히 들어선 고층 건물이다.
도시는 벽돌이나 강철, 유리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과 관계, 기쁨과 슬픔이 얽혀 만들어진다. 매일 아침 인사를 나누는 이웃, 아이가 처음 자전거를 배운 공터, 저녁 산책길의 익숙한 풀 냄새 같은 사소하고 구체적인 감각의 조각들이 도시의 감각을 형성한다. 도시의 진짜 모습은 건물의 높이나 도로의 너비가 아닌, 이런 일상의 결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다. 우리가 잃은 것은 오래된 건물만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 삶과 기억을 잇는 보이지 않는 삶의 흔적이다.
영국의 작가 올리비아 랭은 정원을 ‘자족적이고 순환적인 공간’이라고 했다. 그녀는 ‘더 이상 채울 필요가 없는 완전한 공간’으로 정원을 묘사한다. 이 완전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 공간이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 도시는 끊임없이 무언가가 ‘되어가는’ 공간이다. 더 높이, 더 빨리, 더 많이. 하지만 쇼의 정원은 그저 ‘있다’. 나무는 나무대로, 바위는 바위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있는 그대로 존재한다.
아름드리나무와 잔디, 바위 몇 덩이가 전부이지만, 그 안에서는 어떤 결핍이나 욕구도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에 더 나은 소비를 강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공간. 이러한 곳이 존재한다면, 모든 것이 효율과 성과로 평가받는 현대 사회에서 이보다 더 급진적인 위로가 있을까.
이러한 ‘있는 그대로의’ 가치는 거대한 담론이 아닌, 의외로 소박한 곳에서도 발견된다. 최근 개봉된 영화 ‘슈퍼맨’에서 도시 전체가 붕괴되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슈퍼맨은 작은 다람쥐 한 마리를 구해낸다. 모두가 정신없이 탈출할 때 한 할머니는 거북이가 담긴 어항만을 소중히 품에 안는다. 진정한 가치가 거대한 스케일이나 화려함이 아닌, 이처럼 작고 소박한 곳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진정한 명품은 한정판 가방이나 값비싼 시계가 아니다. 토끼풀 꽃 한 송이에서 행복을 느끼고, 나무 그늘 아래서 시간의 깊이를 감상하는 마음, 그리고 주변과 나눌 수 있는 넉넉함이다.
우리의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화려한 조형물 대신 세월을 담은 나무 한 그루를 지키고, 뜨거운 철제 벤치 대신 그늘 아래 바위 몇 개를 놓아주는 것. 빼곡한 안내판 대신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하는 들꽃 군락을, 현란한 놀이기구 대신 아이들이 마음껏 뒹굴 수 있는 잔디 언덕을 만드는 일.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명품 행정’은 아닐까.
도시는 우리의 기억, 경험, 그리고 감정이 쌓인 거대한 정원이다. 오늘도 쇼의 앞마당에서는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다니고, 누군가는 나무 그늘 아래서 천천히 녹는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평온의 순간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쇼의 정원은 이 잃어버린 감각이 여전히 살아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거기서 가장 완전한 순간을 만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바로 이런 평범한 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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