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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와 ‘엄친딸’(‘엄마 친구 아들’과 ‘엄마 친구 딸’의 줄임말로 여러 방면에서 완벽한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신조어는 2000년대 초반 처음 등장했다. 이후 ‘사기 캐릭터’를 거쳐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란 뜻으로 그만큼 우월한 사람을 뜻함)이란 말이 생겨났다. ‘엄친딸’이 귀여운 투정 정도의 뉘앙스지만 ‘넘사벽’에서는 비교 대상이 우월하다 못해 사차원까지 가버렸을 때의 절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굼뜬 반응 속도 높이는 스포츠, 격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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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녀’의 구자윤은 ‘넘사벽’에서 더 나아간 돌연변이다. 그는 어린 시절 실험기지에서 탈출해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숨어 산다. 세월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그는 실험 부작용으로 뇌가 터지기 직전이다. 자윤은 치료제를 구하고자 텔레비전 쇼에 출연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리고, 실험을 주도한 닥터 백과 또 다른 돌연변이들은 그를 추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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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윤에게 ‘이 세상에서 나만큼 뇌를 가지고 이것저것 다 해본 사람은 없다’고 과시하는 닥터 백은 운동신경과 폭력성을 극대화해 돌연변이들을 만들었다. 덕분에 ‘마녀’의 액션은 근육이 아니라 신경계에서 먼저 발화한다. 이는 평이한 액션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자윤은 돌연변이 무리에서도 가장 우월하다. ‘귀공자’는 넘황금성게임다운로드
사벽을 뛰어넘고 싶은 둔재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그런 그가 평생의 라이벌을 다시 만났을 때 눈앞에 있는 여자애가 정말 구자윤인지 확인하고자 머리를 향해 손을 크게 휘두른다. 일종의 테스트를 해본 셈인데, 귀공자는 자윤이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초인적인 속도로 빠르게 반응할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장면 외에도 ‘마녀’에는 중요한 대목마오락실황금성
다 반응속도에 관한 액션이 등장한다. 그만큼 격투기에서는 반응속도가 중요하다. 이는 행동이 반응보다 빠르기 때문인데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나서 방어하면 이미 늦다. 그래서 격투가들은 행동에 비하면 굼뜨기만 한 반응속도를 높이고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마녀’의 돌연변이들도 어릴 때부터 눈을 가리고 훈련하는데 이는 실제 쓰이는 훈련법이다. 시각을 차단한 웨이브일렉트로 주식
채 청각과 촉각을 발달시켜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 신호를 기민하게 알아차리는 게 목적이다.
가끔 주짓수 스파링이 시작되기 직전, 그 짧은 시간에 터무니없는 상상에 빠지곤 한다. 상대의 행동보다 내 반응이 더 빠르면 얼마나 좋을까?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면 모든 기술을 방어할 수 있을 텐데! ‘마녀’의 귀공자도 이런 심정이었을까? 열등감에 찌든 그는 10년간 오직 구자윤을 이기기 위해 훈련했다.



영화 ‘마녀’에서 뛰어난 두뇌와 ‘넘사벽’ 신체 능력을 가진 존재로 나오는 구자윤. 네이버 영화 갈무리


격투에서 머리를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이유
두 사람이 일대일로 겨루는 상황에서 자윤은 놀라운 속도로 반응한다. 귀공자의 손이 올라가기 전에 움직임을 예측하고 공격을 막아낸다. 그리고 빙긋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느리네, 여전히.” 귀공자는 자윤이 바로 직전에 내뱉었던 대사, “너하고 난 레벨이 달라”가 아니라 느리다는 비웃음에 분노한다.
스파링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읽지 못해 전전긍긍해본 처지에서는 귀공자의 절망을 알 것도 같다. 주짓수는 ‘바닥에서의 체스’ ‘몸으로 두는 체스’ 등으로 최고의 두뇌게임에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격투기에서는 상대의 수를 읽고 빠르게 반응하는 능력이 체력과 전략 이상으로 중요하다. 돌아보면 주짓수를 수련하는 내내 힘이 약하고 체구가 작아서 괴로웠던 것보다 ‘정말 지능이 낮은가?’라는 자괴감에 몸부림친 기억이 더 많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려터진 둔재의 열등감을 맛본 적이 있다는 점이다. ‘마녀’에도 두뇌 콤플렉스에 시달리면서도 천재 신화에 열광하는 한국인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 심지어 자윤은 이른바 ‘흙수저’다. 아버지의 목장 일을 돕느라 사교육은커녕 자습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런데도 그는 심성 고운 효녀다. 무엇보다 전교 1등이라는 성적으로 자신을 버리지 않고 키워준 양부모에게 보답한다. 반면 자윤을 쫓는 돌연변이들은 국외 유학파 같은 외모에 영어로 대화하며 껄렁거린다. 영화는 두 대상을 대조적으로 묘사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착하고 공부 잘하는 수재를 더욱 돋보이게 하며 판타지에 가까운 한국식 능력주의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너무 우월해서 위험한 자윤을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 닥터 백은 머리를 공격하라고 신경질적으로 외친다. 실제로 폭력 상황이 발생한다면 박사의 명령처럼 뇌의 신경을 차단하고 교란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다. 반면 스포츠 격투에서는 같은 이유로 머리를 절대적으로 보호한다.



영화 ‘마녀’에서 둔재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인물로 나오는 귀공자. 네이버 영화 갈무리


마녀로 변신한 약한 어린 여성
다소 지루하게 전개되는 영화의 초반부에서 자윤은 가장 약한 존재인 어린 여성이다. 그러다가 중반부에 접어들면 한순간 가공할 만한 폭력을 행사하는 마녀로 변신한다. 소녀와 마녀의 간극을 메우고 개연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장치는 두뇌다. 자윤의 뛰어난 두뇌는 처음엔 강점이자 약점이지만 치료제의 효과로 뇌가 안정되면서 그는 더 이상 과거에 휘둘리지 않는 초인이 된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에게 두뇌란 무엇인가 생각했다. 뛰어난 두뇌를 이렇게까지 흠모할 일인가 싶으면서도 온몸이 거칠 것 없이 강하고 빠르게 움직인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참고로 자윤은 치료제를 투약하자 전에 없는 상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기대 이상이네.”
양민영 주짓떼라·‘운동하는 여자’ 저자
*액션 읽는 여자: 여성 주연 영화를 보며 여성의 시선으로 ‘싸우는 몸’을 발견하는 시간. 여성의 몸을 향한 협소한 시선을 확장하는 칼럼. 4주마다 연재.
자기방어기술 반응속도 높이려면
실전에서 반응속도를 높이려면 빠르게 보는 법을 익혀야 한다. 상대의 어깨가 들썩이거나 시선이 미세하게 이동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봐야 한다. 몸의 어느 부위에 힘이 들어가는지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신경 가소성이 좋아지면 반응속도도 올라간다. 신경 가소성이란 뇌가 경험, 학습, 환경 변화에 따라 구조와 기능을 조정하는 능력을 뜻한다. 격투기 기술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면 뇌가 새로운 신경망을 형성하고 기존 신경간의 연결을 강화해 더 빠르고 정확한 동작이 자동으로 체화된다.
신경 가소성을 높이는 훈련법으로는 ‘드릴’이라고 부르는, 주요 기술을 익히는 데 필요한 부분 동작을 반복하는 훈련이 있다. 또 실전 스파링을 꾸준히 하면 동작이 민첩해지고 힘을 덜 쓰면서도 기술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여기에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고 전략을 세우는 마인드 트레이닝을 추가하면 신경 가소성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