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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나의 친구들 가운데 별명이 '사랑도사'인 사람이 있다. 장도상이라는 본명을 좀 손질해서 누가 '사랑도사'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는데, 본인이 극구 말려서 그냥 장도사로 낙착되었다. '사랑밖에 난 몰라'황금포커성
라는 노래를 연상시키는 '사랑도사' 별명을 아는 친구들은 알 것이다. 나하고 장도사는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는데도 나의 기억에는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가, 사회인이 된 다음에야 고교 동창들 모임에서 안면을 익힌 사이인데, 동창회라면 고등학교 동창회가 낯설었던 친구를 금방 친한 친구로 격상시키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동창들 모임에증권대박
서 저녁 회식을 하다 보면 시간이 늦어지고 2차나 3차까지 몰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장도사는 아홉 시가 넘어가면 체면불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귀가를 선언하였다. 
--오늘도 불초 소생은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일찍 물러갑니다. 여러분도 많이 사랑하고 많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이러던 어느 날 끝까지 자리에 남아위너스클럽
있던 네 사람이 장도사의 배짱좋은 조퇴 버릇을 화제에 올렸다. 밤 열 시가 지나고 다른 동창들은 다함께 2차 장소로 몰려간 다음이었다. 
--장도사는 아직도 신혼시절인가. 배짱도 좋지, 마누라 기다린다고 그렇게 까놓고 말할 게 뭐여. 
제일 연장자인 박지수가 한 마디를 꺼냈다.
--그러게 말야. 언제까지1억으로10억만들기
사랑도사냔 말이여. 맨날 보는 마누라가 그렇게 보고 싶다니. 그 친구 대책없는 공처가 아녀? 남편 귀가가 늦어지니까 집에서 전화까지 오더라니까.
제일 연하인 최구연도 한 마디 거들었다. 
--공처가가 아니라 애처가라서 빨리 들어갈 수도 있잖은가. 공처가나 애처가나 마누라에게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마누라 눈치보는 소gs글로벌 주식
심함이 있다는 점에선 상통하는 거 아닌가. 하여간 그렇게 보고싶은 마누라가 있으면 얼마나 행복한 남편일까. 어때, 장도사가 저렇게 사랑도사 같이 노는 건 어느 정도나 진짜인 거지?
나는 가만히 있는 김창수를 보면서 물어보았는데, 김창수는 장도상하고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 살았기 때문에 그의 신상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누라가 보고싶어서 일찍 귀가한다는 말은 진짜일 거 같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장도상에게 행복한 것도 사실인 거 같애. 그렇지만 아무리 마누라 보고 싶어도 동창회 자리에서 조퇴할 정도라면 보통 배짱이 아니지. 
--난 장도상이 저렇게 대담하고 배짱 좋은 성격부터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해. 우리 같으면 미안해서라도 집에서 기다린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수가 없을 거 아냐. 
나는 김창수를 보면서 다시 물어보았다. 
--그건 내가 설명할 수 있어. 도상이는 7남매의 막내로 자랐는데, 위로 6남매와 도상이 사이는 이복형제 간이야. 그러니까, 형제들 간에서 용감하게 나서지 않으면 뭐를 얻어먹을 수가 없었을 거여. 자기주장과 자기 방어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으니까. 
창수의 말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내가 다시 물어보았다.
--7남매의 막내라면 도상이를 키운 엄마는 도상이 친모였다는 말 아닌가?
--친모인 건 맞는데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했나봐. 귀가 먹은데다 얽은 얼굴이어서 7남매에게서 어른 구실을 제대로 못했다는 얘기라. 그냥 한 집안 식구로 행세하기가 급급해서 그것이 도상이에겐 오히려 집안식구들에게서 빼돌림당하는 운명을 만들다고 생각되는 거지. 
--거 참, 기구한 운명이네. 도상이는 배짱 좋게 용감할 수밖에 없는 가정환경이었다는 거 아냐. 그치만 난 애처가는 공처가 기질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생각해. 마누라 눈치를 꼬치꼬치 살펴야 된다고 생각하는게 공처가 기질이 아니냐고. 부부관계에서 무시할 건 적당히 무시할 수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부부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사람 사는 맛이 있을 거란 말이지. 장도사는 복잡한 가정환경에서 꼼꼼이 눈치 보는 버릇이 생겼으니까 마누라 눈치 보는 것도 습관이 되어버린 거 아닌가 말이지. 허긴 내가 이런 말 하는 건 어울리지 않지만.
최구연은 어색하게 말을 끊었다. 아마도 그 자신은 부부간의 다툼이 도를 넘어서 별거에 들어갔다는 개인 사정이 마음에 켕기는 모양이었다. 나는 화제가 이상하게 다른 곳으로 새는 것을 막을 속셈으로 한 마디 더 보태었다. 
--김창수 자넨, 장도상 부인의 성격이 왜 그렇게 깐깐한 남편을 만들었는지 생각나는 게 없는가. 
--나도 일찍부터 그런 의문을 가졌던 게 사실이야. 다른 건 잘 모르지만, 장도상 부인은 남편과는 아주 대조적인 성장배경을 갖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 가난한 집 무남독녀로 자라다가 부모가 작고한 다음에는 갈데없는 고아를 살려줄 사람을 찾다가 어떤 비구니스님의 절간에 들어가서 홀어머니 외딸처럼 외롭게 자랐다는 거여. 그러니까, 세상에 자기밖에 없다는 생각 속에서 컸고, 결혼 후에도 남편의 존재를 혼자 차지하겠다는 독점욕이 강했을 거 아닌가 하는 거지. 그러니까 장도상이가 애처가이면서 공처가가 될 수밖에 없는 것도 맞아.
이날 세 사람의 방담으로 인하여 나는 장도상네 부부생활의 내막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같은 호기심 때문에 이 친구와 더 많은 접촉을 시도하게 되었다. 이 친구네 부부생활은 여러 가지 특이한 내용으로 차있을 것 같았고, 이런 내용들은 나 자신의 재미없고 비루한 부부생활을 돌아보고 자성하는 데에 좋은 비교가 될 것 같았던 것이다. 한 달에 한번 가량 있는 고교동창회 회식 때에는 굳이 이 친구의 옆자리를 찾아가서 앉았고, 그가 관심 가질 만한 화제가 무엇일지 미리 생각해 두기도 했다. 
어느 날 회식자리에서 있었던 장도상하고 나눈 얘기는 나의 예상하고는 좀 달랐다. 
--자네가 비범한 애처가인 게 존경스러워. 남편으로서 자기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렇게 집에 일찍 들어갈까 하는 생각이지.
--마누라 자랑은 팔불출이라는데, 이거 쑥스럽구만. 그렇지만, 남편 오기를 기다리는 여자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에 걸리적거리는 걸 어떡하냐고. 아마도 나 같이 마누라 생각해서 일찍 귀가하는 남잔 별로 없을 거 같애. 
--마누라가 그렇게 예쁘다니 행복한 남자라고 해야겠네. 
--행복한 남자인 건 맞지만, 일찍 귀가하는 데에는 컴플렉스 같은 것도 있어. 집단기피증이랄까 그런 거 말야. 사람들 많이 모인 곳이 괜히 싫고 혼자 있게 되면, 맘이 편해지는 거, 보통 사람은 모를 거여. 난 어린시절 우리 집 식구들이 무지 싫었어. 식구들과 같이 먹고 자고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별별 핑계를 다 만들었어. 가출을 하거나 일부러 사고를 쳐서 식구들이 나를 멀리해주기를 바랄 때도 있었어. 그러다 보니까, 밖에 나가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괜히 피하게 된 거지. 조용히 혼자 있어야 맘이 편한 걸 어떡해. 나, 학교 다닐 때에도 혼자서 구석진 곳을 찾아다녔다는 거 기억 안 나나?
--자네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네. 
--그런데, 혼자 있기 좋아한다면서 어떻게 아내 사랑은 그렇게 극진할 수 있지? 내가 이런 걸 물어보는 건 자네가 아내를 위하는 정성이 부러워서 그래. 우리 부부는 어떻게 하면 싸움질이나 면할지 걱정하는 편이여. 
--우린 싸움질 할 만한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어. 내가 모든 일에서 양보하고 시비꺼리를 만들지 않으니까.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그렇게 같을 수가 있는가. 마누라에게 시비 걸기가 미안해서 그런다는 건가.
--말하자면 그렇지. 우리 와이프는 결혼 안할 팔자였는데 내가 강청해서 해주었거든. 내가 잔소리할 시비꺼리를 만들지 않는데 지가 뭐라고 하겠냐고.
장도상이가 고백하는 말을 들어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목숨을 살려준 절간에서 평생을 미혼 상태로 살려는 여자였는데 자기가 끼어들어서 평생 사랑을 조건으로 하는 청혼을 넣은 결과로 이루어진 결혼이니 양심이 살아있는 한 약속을 어길 수 없다는 말이 아닌가. 
--혼인서약서에 있는 평생 사랑을 거론하는 사람, 처음 봤네. 절간에 사는 여자를 구태여 데려온 이유라도 있는가?
--내가 말하지 않았나? 난 집단기피증 콤플렉스 때문에 사람들 만나기 좋아하는 여자는 싫었던 거여. 
--그럼, 어디 외출할 때엔 어떻게 하나? 
--가능하기만 하면 같이 다니지. 두 사람 다 바쁜 일이 없으니깐은. 시장 갈 때는, 절간살이 출신인 와이프가 지리를 몰라서 내가 같이 가주어야 하고, 어디 멀리 여행이나 구경 갈 때는 이동 중인 살림이라는 게 있으니까, 와이프가 같이 가야되고 그런 식이여.
--만약에 말이지 현시점에서 자네의 과거 부부생활을 돌이켜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색다른 추억이 뭔지를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추억? 추억이라면 없는 게 아니지. 그런데 지금 떠오르는 추억 중에 제일 가는 건 질투하는 여자의 추억이여. 
--그건 무슨 말인고.
--자넨 부부가 시장바닥을 걸어간다든가 할 때 마누라에게서 책 잡히는 일 없나? 딴 여자를 왜 돌아보느냐고 말이지.
--시장바닥에 나갈 때 마누라가 잔소리할 때는 많지. 남자가 길 가는 여자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있나. 그럴 때 전에는 뭐라고 투정을 했는데 요즘엔 아예 그런가부다 하는 건지 뭐라고 안하게 됐어. 모르지, 속으로는 매너 없는 남편을 원망하면서도 그냥 가망없는 남자라고 무사통과 시켜주는 건지. 우린 처음부터 워낙 무덤덤하게 살아서 그런 일 때문에 시비를 걸지는 않게 됐어. 자네 부부 같으면야 속깊이 사랑하는 사이니까, 딴 여자 쳐다보지 말라고 투정할 만하지. 
--그게 그렇지도 않다니까. 여자의 심리란 참으로 묘하다고 할까. 차라리 까놓고 실없는 남자라고 투정을 한다면, 나도 나의 실수를 해명하고 사과하고 그럴 텐데 우리 와이프는 그러질 않는단 말이지. 내가 행인들 중에 어떤 여자에게 한눈을 팔았다 하면 금방 얼굴색이 변하고, 하던 말도 중단해버려. 그럴 때도 난 센스가 둔해서 그런지, 와이프의 얼굴 표정 달라지는 이유를 제꺽 알아보지 못한다는 거라. 시장바닥에서만이 아니라 거리를 걸어갈 때도 그래. 그렇지만, 난 그렇게 질투하는 여자가 싫지 않아. 나의 시선이 어디로 가도 무덤덤한 아내라면 너무 삭막할 거 같애. 
--정말 좀처럼 있기 어려운 커플인 거 같애.
--우리 마누라, 동창회 나간 남편이 돌아오는 거 어떻게 기다리는지 말해주까. 어느 날은 말야, 밖에서 들어가 보니까 우리 고등학교 졸업사진 앨범을 펴놓고 보고 있더라니까. 뭐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내 얼굴과 친구들 얼굴을 비교하고 있다는 거여. 실물을 볼 수 있는데 사진을 보는 이유가 뭐냐고 했더니, 내 얼굴이 다른 남자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려면 여러 남자들 얼굴을 함께 봐야 한다나.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은 이런 여자를 두고 하는 말 아닌가 해. 
그로부터 몇 주일인가 지났을 때, 나는 김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도상네 부부가 별거에 들어갔다는 이상한 소문에 대해 물어보려는 속셈이었다. 
--어, 창수, 자네도 장도상 부부네 이상한 소문 들었는가? 그 사람네 별거중이라는 말, 정말인가? 내가 알기로는 부인이 옛날 살던 절간으로 돌아갔다고 하데. 
--나도 그런 소문 들었어. 
--난 그 사람네 영영 갈라선 줄 알고 깜짝 놀랐네. 자네 생각은 어때? 재결합 가능성은 있는 거여?  
--내가 다른 사람 마음을 어떻게 아노? 그렇지만 내 생각엔 별로 가망 없는 거 같애. 지지고 볶고 엎어지고 뒤집어지고 그래 보지 못한 부부가 얼마나 오래 가겠냐고. 최구연네 커플은 살림을 다시 합쳤다는 소식 못 들었어? 그렇게 열불 나게 다투고 갈라졌다가도 다시 봉합이 되었다는 거 아냐. 장도상네도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에서 사랑연습을 좀 했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 장도사 얼굴을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르겠네. 
나도 김창수의 말에 어떻게 응수할지 몰라서 머뭇거리다가 슬그머니 전화를 끊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