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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가 이달 중순 임시국회에서 일본의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취임의 기쁨을 누릴 겨를도 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아세안(ASEAN) 정상회의,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외교 경험이 거의 없는 다카이치 총재로서는 총리 취임과 동시에 외교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다카이치 외교의 출발선이 '강경'에서 '균형'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 일본 사회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사슴 발언’이 상징한 강경 보수 메시지다카이치 총재의 ‘사슴(シカ)엔벨로프기법
발언’은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의 상징이었다. 그는 총재 선거 기간 한 연설에서 “나라 공원에서 사슴을 발로 차는 끔찍한 사람이 있다”고 언급한 뒤 “문화와 가치가 다른 외국인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정책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뜻 엉뚱해 보이는 비유였지만 그 속에는 외국인 유입 관리 강화와 불법 체류 단속, 난민 심사 엄격화반경수
등 보수층이 원하는 ‘강한 일본’을 되찾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다카이치는 또 “경제적 이유로 난민을 가장하는 사람은 돌려보내야 한다”며 외국인 토지·건물 취득에 대한 규제 강화 방침을 밝혔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정부가 일본인보다 외국인을 우대한다”는 여론이 보수층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왔다. 다카이치의 발언은 이를 되돌리려온라인신천지
는 메시지로 평가된다.
■스파이방지법·국가정보국 신설 ‘안보 중시 외교’다카이치 총재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외국 세력으로부터 국민을 지킬 법이 없다면 국가가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하며 스파이방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과거 인권 침해 우려로 폐안됐던 이 법을 부활시키겠다는 뜻이다. 그는 자민당 내 조사회를 주도하며 이 논의를 실무료증권강좌
질적으로 이끌어 왔다.
정보 수집과 분석 기능을 통합 관리하는 ‘국가정보국’ 설립도 주장했다. 방위비에 대해서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2% 목표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상향을 시사했다. 미국이 일본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그는 “동아시아의 안보 환경을 감안할 때 2%로는 부족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한빛소프트 주식
다.
실제로 다카이치는 최근 미국 싱크탱크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은 동맹국으로서 스스로를 지킬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와 외교를 하나의 패키지로 엮는 ‘강한 일본’ 구상을 내비친 것이다.
■야스쿠니·대만 문제…한·중 관계 자극할까자민당 내에서도 '강경 우파'로 꼽히는 다카이치가 총재 취임 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할 지 여부는 한중 외교의 최대 변수다.
다카이치는 오랫동안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지속해왔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는 “총리가 되어도 참배를 멈추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중국은 다카이치를 “일본 우익 정치인의 상징적 인물”로 규정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는 총재 선출 직후 “대만 문제 등 일본의 정치적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라”고 경고했다. 다카이치는 지난 4월 직접 대만을 방문해 라이칭더 총통을 예방했을 당시 “비정부 간 관계라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해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한국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일본 외무성 내에서는 “이전 정부와 달리 유연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미일 정상회담' 트럼프 직설적 요구에 대응력 주목다카이치 총재의 첫 외교 시험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이다. 양국은 이달 28일을 전후해 첫 정상회담을 조율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카이치는 존경받는 인물이며, 깊은 지혜와 강인함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7월 체결된 미일 관세 합의의 이행, 방위비 분담 문제,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협력 강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외교 경험이 부족한 다카이치 총재가 트럼프의 직설적 요구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느냐가 첫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증액에 대해서는 다카이치 총재 자신도 긍정적이다. 그는 지난 1일 미국 싱크탱크에 기고한 글에서 이본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으로 방위비를 확대한다는 안보 문건에 대해 “끊임없이 검토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두 사람의 ‘케미’가 맞을지도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지난 2019년 6월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이후 처음이다.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미인 골프를 통해 교류하며 강력한 개인적 신뢰관계를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미일 관계는 크게 심화됐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재 측근들은 "(다카이치는) 인간적인 매력이 크다. 걱정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달 APEC 정상회담서 현실 감각 '시험대'다카이치 총재는 이어 오는 31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다. 일본 외교부 관계자는 “APEC이 한중일 세 정상이 모두 모이는 드문 기회”라며 “다카이치가 ‘매파’ 이미지를 조정할 절호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고려한 듯 다카이치 총재는 오는 17~19일 도쿄 구단시타 야스쿠니신사에서 열리는 추계 예대제(가을 제례) 기간 중 참배를 보류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복수의 자민당 관계자를 인용해 "다카이치 총재가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참배를 유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재가 참배에 나설 경우 중국과 한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고 외교 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야스쿠니 참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미국 측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재는 과거 각료 재직 시절에도 종전 기념일(8월 15일)과 춘계·추계 예대제 기간에 꾸준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민당 총재로서의 정치적 상징성과 외교적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로 당내 일부 인사들과 공명당 측에서 '참배 자제론'이 제기됐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